‘천재’에서 ‘괴물’로…원심력 지배한 ‘최민정의 발’

여자 쇼트트랙 결선행 '1등공신' 최민정…최종병기 '부스터'로 500m 첫 금메달 노린다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 입력 : 2018.02.1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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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예선에서 균형을 잃고 넘어진 이유빈을 커버하는 최민정. /사진=뉴스1
10일 오후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예선에서 균형을 잃고 넘어진 이유빈을 커버하는 최민정. /사진=뉴스1

'천재소녀'를 넘어 '괴물소녀'로 다시 태어났다.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간판스타 최민정(20·성남시청) 얘기다.

10일 오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여자 쇼트트랙 500m와 3000m 계주 결선행을 이룬 것은 직선과 곡선을 모두 지배한 최민정의 '발' 덕분이었다.

500m의 결정적 장면은 2번째 바퀴를 반쯤 돌았을 때 나왔다. 가장 외곽 레인에서 출발했지만 빠른 스타트와 스피드로 안쪽을 파고들어 2위로 시작한 최민정은 앞서 달리던 페트러 여서퍼티(20·헝가리)를 폭발적인 스피드로 제쳤다.

최민정은 코너링 상황에서 외곽을 돌면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고 다음 직선 구간에서 결국 추월해 선두로 치고 나갔다. 곡선 구간을 직선 구간처럼 달리는 압도적인 경기력이었다.

이후 결승선 통과 2바퀴를 남기고 최민정이 2위권과 눈에 띄는 거리 차이를 내며 혼자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2위까지 결선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나머지 세 선수가 무리하게 코너링을 하다가 동시에 넘어졌다. 러시아·영국 선수가 서로 몸싸움하다가 엉켜 넘어졌고, 2위로 달리던 헝가리 선수는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미끄러졌다.

외곽으로 미끄러져 나간 세 선수와 유유히 앞서 나가는 최민정의 대조되는 모습이 압권이었다. 최민정의 '클래스'가 증명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최민정은 그대로 선두를 지키며 결승선을 1위로 통과했다.

전통적으로 '힘'보다는 지구력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한국 쇼트트랙은 단거리 종목인 500m에 취약했다. 4바퀴 반으로 승부를 정하기 때문에 강한 몸싸움과 빠른 스타트로 선두권 자리를 잡지 않으면 이기기 어려운 종목이다. 역대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500m 금메달이 없다.

500m의 최강자로 주목받는 최민정의 무기는 '부스터'(booster)다. 폭발적인 스피드로 외곽에서 상대를 추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순간 스피드가 뛰어났던 2006년 토리노 올림픽 3관왕 진선유(30)의 재림인 셈이다.

앞서 예선 레이스를 펼친 심석희(21·한국체대)와 김아랑(23·한국체대)이 탈락해 생겼을 심적부담에도 크게 개의치 않는 '강심장' 또한 그의 장점이다.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대신 자신감을 바탕으로 상대 선수를 외곽에서 추월하는 과감한 모습을 보여줬다.

게다가 최민정은 파워도 뛰어나 체격이 큰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레전드' 진선유도 따내지 못한 500m 금메달에 대한 기대를 그에게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000m 계주 결승 진출에서도 최민정의 '순발력'이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승선 통과까지 23바퀴가 남은 상황에서 이유빈(17·서현고)이 균형을 잃고 넘어지자 최민정은 빙판 외곽으로 미끄러져 가는 이유빈의 손을 재빨리 터치하고 레이스를 펼쳤다.

2번 주자로 이미 레이스를 소화했던 최민정은 3번 주자인 이유빈이 넘어지는 '불상사'에 대처하느라 쉬지 못하고 4번 주자로 다시 뛰게 됐다. 최민정은 극한의 체력 부담을 감당해야 했지만 폭발적인 스피드로 질주하며 거리를 좁혔다. 이에 나머지 선수들도 '추월할 수 있다'는 자극을 받았고 '기적의 레이스'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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