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무슨 일 있었나" 일본전서 '투지 넘친' 팀 코리아

'감독의 분위기 전환'·'맞춰가는 호흡'·'빠짝 오른 기세'…삼박자가 만들어낸 분투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 입력 : 2018.02.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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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리그 B조 남북단일팀-일본 2피리어드 경기에서 양팀 선수들이 퍽 다툼을 하고 있다. /평창=김창현 기자
14일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리그 B조 남북단일팀-일본 2피리어드 경기에서 양팀 선수들이 퍽 다툼을 하고 있다. /평창=김창현 기자

스위스, 스웨덴과 치른 예선전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남북단일팀은 일본과 분투 끝에 패배했지만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14일 오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일본과의 예선 3차 경기에서 올림픽 첫 골을 넣으며 선전했지만 1:4로 패배했다.

첫 골의 주인공은 랜디 희수 그리핀(30)이었다. 2피리어드 종료 10분 29초를 남긴 상황에서 박윤정(26)이 준 어시스트를 받아 때린 슛이 골로 연결됐다. 일본에 0:2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터진 만회골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3피리어드에서 랜디 희수 그리핀 선수가 파울로 2분간 퇴장당한 사이 일본이 득점하며 남북단일팀의 추격을 끊었다. 경기 종료 1분 30초를 남기고 '공격 올인' 플레이로 골키퍼가 골문을 비운 사이 일본은 추가 골을 넣으며 쐐기를 박았다.

남북단일팀은 앞서 치른 스위스, 스웨덴과의 예선 1, 2차전에서 각각 8골씩을 내주며 대패했다. 공격 상황에서 유기적인 패스는 보이지 않았다. 선수들은 공을 줄 곳을 찾지 못하고 드리블 중에 혼자 고립돼 이내 공을 뺏기기 일쑤였다. 수비는 상대 선수의 현란한 패스에 마크를 자주 놓쳤다.

일본과의 경기에서도 앞선 예선 경기에서 나타난 문제점이 보였다. 그러나 유럽 선수들의 체격에 눌려 둔한 움직임을 보인 이전 경기와 다르게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했다.

남북단일팀 선수들은 시종일관 투지가 넘쳤다. 경기 내내 골을 넣으려고 공격에 집중했고 수비 상황에서도 악착같이 상대선수에게 달라붙었다. 놓친 공은 다시 뺏으려 치열하게 달려들었다.

일본이 쐐기골을 넣은 이후 패배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승패를 떠나 남북단일팀이 보여준 혼신의 경기는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

확 달라진 경기력의 전조는 앞서 치른 예선 두 경기에서 이미 나타났다. 단일팀은 12일 스웨덴전에서 앞선 10일 스위스전과 비교해 한층 나아진 경기력을 보였다. 스위스전에서 남북단일팀은 8골의 유효슈팅을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스웨덴 전에서는 두 배 이상 많은 19골을 시도했다.

올림픽을 보름 앞두고 구성된 까닭에 호흡이 맞지 않던 남북단일팀이 점차 유기적인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 새러 머리(30) 감독은 스웨덴전을 마친 후 "우리 선수들이 한국과 북한 선수라는 것은 거의 잊었다"고 말했다.

새러 머리 남북단일팀 감독이 충격적인 연패 직후 '분위기 전환'에 나선 것도 한몫했다. 머리 감독은 스웨덴전 이튿날인 13일 예정된 훈련을 취소하고 간단한 공놀이로 몸을 풀었다. 머리 감독은 남북단일팀의 짧은 준비기간을 만회하기 위해 스위스전을 치르고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사기가 떨어진 상황에서 훈련은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선수들은 일본전을 앞두고 기세가 올랐다. 스웨덴전 참패 후 이진규는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울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최지연은 "몸을 던져서라도 일본에 이기겠다. (역사적으로) 일본과 안 좋은 일도 있었다. 일본을 꺾고 국민에게 행복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머리 감독은 "우리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세상을 놀라게 하고 싶다"고 했다. 북한 선수 정수현은 "정신력에서는 밀리고 싶지 않다. 단일팀이 최고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예선은 3전 전패했지만 경기가 아직 남았다. B조 하위 순위를 기록한 남북단일팀과 일본은 2월 20일 열리는 7∼8위 순위결정전에서 다시 한 번 격돌할 가능성이 크다.

남북단일팀은 일본전에서 '악바리 정신'말고도 전보다 나아진 조직력을 보였다. 남은 경기에서 남북단일팀의 선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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