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ABC]"입원순서 당겨달라" 되는 병원 안되는 병원

[the300·theL]상)부정청탁편 ①'병원 민원' 이젠 옛말?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입력: 2016.08.09 05:40|조회: 25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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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사실상 전국민의 사회 활동과 인간 관계에 일대 변화가 온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더엘(theL)은 독자들의 일상 변화에 도움을 주고 법의 조속한 안정을 돕기 위해 청탁금지법을 분석, 다양한 적용 사례를 제시한다.
[청탁금지법ABC]"입원순서 당겨달라" 되는 병원 안되는 병원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후 국립대병원에 입원이나 수속 등을 빨리 처리해달라고 제3자를 통해 요청하면 불법으로 처벌될 수 있다./머니투데이, 그래픽=이승현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후 국립대병원에 입원이나 수속 등을 빨리 처리해달라고 제3자를 통해 요청하면 불법으로 처벌될 수 있다./머니투데이, 그래픽=이승현


# 9월28일, 50대 남성 홍길동씨는 지병 검진 때문에 서울의 한 국립대병원에 입원하려 했지만 대기자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수소문 결과 자신의 친구가 이 병원 원무과장의 지인이었다. 홍씨는 친구를 통해 원무과장에게 수속을 당겨달라고 부탁했다.

오는 9월28일 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이해당사자 홍씨 본인(A), 청탁 전달자 친구(B), 청탁 대상자 원무과장(C) 모두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C는 심한 경우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그러나 8일 현재 '이러면 이러하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청탁금지법은 정교하고도 복잡해서, A B C 각각의 처지, 행위와 그 결과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진다. 새로 만든 제정법이라 근거로 삼을 판례도 축적돼 있지 않다.


첫번째 관건은 청탁의 목적지 격인 병원이 이 법이 규정한 국립 또는 공공기관, 교육기관에 해당하느냐다. 국립대병원으로 가정한다면 A는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제3자를 통해 '공직자 등'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것으로 간주된다.

서울대병원을 비롯, 부산대·전남대·충남대병원 등 전국의 국립대병원들은 공직유관단체(기타공공기관)여서 이 법 적용대상이다. 사립대 병원이라도 청탁을 들어준 C가 대학교수를 겸하는 의사라면 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반면 이곳이 민간병원이고 C에 해당하는 자가 교수, 교원도 아닌 경우는 아예 이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국립대병원인 경우 전달자 B는 일반인이면 2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문다. 그런데 B는 같은 병원의 의료진이나 관계 공무원일 수 있다. 즉 이 법이 정한 '공직자 등'에 해당하면 죄를 더 무겁게 보기 때문에 과태료가 3000만원까지 늘어난다.


C의 운명은 더욱 극적일 수 있다. B의 요청에 "이것은 법이 금지한 청탁"이라며 명확히 거절 의사를 밝히고 실제로 병원접수에 편의를 봐주지 않았다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반면 망설이면서도 인간적인 관계 때문에 A의 접수나 입원수속을 앞당겨 줬다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A가 B를 통하지 않고 직접 C에게 요청했다면 적어도 A는 과태료를 물지 않는다. 청탁금지법은 당사자 허용 원칙, 즉 이해당사자가 직접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고 요구, 청탁한 경우는 처벌하지 않는 기준을 갖고 있다. 단 A가 공무원이라면 직접 청탁이라도 공무원 행동강령에 위배될 수 있다. A가 공무원이 아닌 교원·언론인이라면 상관 없다. 당사자 직접 청탁이라도 청탁을 금지하는 법 정신이 달라지진 않으므로, 요구를 들어줬다면 C는 처벌 받을 수 있다.


[국민권익위 교육자료 요지]

국립대 병원의 입원 관련 직무는 청탁금지법상 부정청탁 대상에 해당한다. 이 경우 공공기관의 내부기준, 사규 등을 위반해 특정인에 특혜를 부여하는 행위는 정상적 거래관행을 벗어난 부정청탁으로 볼 수 있다. 입원 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접수 순서대로 하는 것을 정상적인 거래관행으로 본다.


[꿀팁!]
본인이 환자(A)에 해당한다면 국립·민간 병원을 가리지 않고 접수 순서를 당겨 달라는 부탁을 직접 병원에 할 수 있다. 단 국립대병원인 경우 이 과정에 누군가 개입(전달)하거나, 실제로 청탁이 이뤄진다면 관련자가 처벌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갔던 일이 앞으로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선다. (※꿀팁 내용은 확정된 법적 근거가 아니라 [청탁금지법ABC] 제작팀의 견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