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ABC] "기사 내려주세요"는 부정청탁 아냐

[the300·the L]상)부정청탁편 ⓻언론사 취재 관련 청탁…금품 수수 없었다면 ‘합법’

머니투데이 장윤정(변호사) 기자|입력: 2016.08.22 14:41|조회: 7404
기사공유
편집자주[편집자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사실상 전국민의 사회 활동과 인간 관계에 일대 변화가 온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더엘(theL)은 독자들의 일상 변화에 도움을 주고 법의 조속한 안정을 돕기 위해 청탁금지법을 분석, 다양한 적용 사례를 제시한다.
[청탁금지법ABC] "기사 내려주세요"는 부정청탁 아냐

[청탁금지법ABC] "기사 내려주세요"는 부정청탁 아냐

#공무원인 A는 기자 B와의 친분을 이용해 B가 취재해서 쓴 기사를 삭제해달라고 부탁했다. B는 고민끝에 A와 평소 친분도 있고, 크게 중요한 기사는 아니라고 판단해 결국 기사를 삭제했다.

오는 9월28일부터 시행되는 청탁금지법에 따르더라도 기자에게 취재한 기사를 삭제해달라며 청탁한 공무원 A와 그 청탁을 듣고 기사를 삭제한 기자 B의 행위는 처벌되지 않는다. A의 행위는 청탁금지법 제5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14가지 부정청탁 유형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 제5조 제1항은 제1호부터 제14호에서 부정한 청탁행위를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어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행위는 허용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중 언론사의 취재와 관련된 행위를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청탁하는 행위를 제재하는 규정은 없다.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인 '공직자 등'에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2호에 따른 언론사의 대표자와 그 임직원이 포함된다. 여기서 직원은 근로 계약 형태를 불문하며 보도·논평·취재 외에도 행정·단순 노무 등에 종사하는 자 역시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기자 B도 당연히 이 법의 적용 대상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단순히 취재한 기사를 내려달라고 한 것이므로 부정청탁이 아니다. 기사를 쓰거나 삭제하는 행위는 기자와 언론사에 재량이 있기 때문에 기자가 공무원 말을 듣고 기사를 삭제하더라도 그 역시 재량에 따른 조치로 해석 될 뿐, '법령을 위반한' 행위는 아니다.

하지만 기자가 공무원으로부터 식사 접대나 금품을 받고 기사를 삭제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청탁금지법 제8조 제1항은 이 법의 적용대상자가 같은 사람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때 금품을 받는 행위는 직무 관련이 없어도 무방하며 어떤 명목인지도 상관없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A가 B에게 100만원이 넘는 금품을 줬다면, 부탁한 내용과는 상관없이 이 법을 위반한 것으로서 3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사처벌 된다.

이 법에서 말하는 회계연도란 세입, 세출을 구분하기 위해 설정한 기간으로, 수수 금지 금품 등을 받은 공직자 등이 소속한 공공기관의 회계연도를 말한다. 제공자의 경우도 수수 금지 금품 등을 수수한 공직자 등이 소속한 공공기관의 회계연도를 적용하는데, 대개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 사이'를 한 회계연도로 본다.

그 밖에 A가 B에게 청탁금지법 시행령에서 정한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넘는 지원을 한 경우에도 청탁 내용과는 상관없이 A와 B 모두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국민권익위 교육자료 요지]
청탁금지법상 금지되는 부정청탁 행위는 14가지로 유형화 돼 있고, 이 유형을 벗어난 행위는 이 법의 적용대상자인 '공직자 등'이 한 행위라 하더라도 제재 대상이 아니다.

다만 청탁을 받았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 법 적용대상자들이 같은 사람으로부터 한 번에 100만원을 넘는 금품을 받거나 한 회계연도에 총 300만원을 넘는 금품을 받을 경우에는 어떤 이유로 금품을 받은 것인지는 묻지 않고 무조건 형사처벌된다.

이때 청탁금지법은 예외적으로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적용대상자가 이를 받았더라도 처벌되지 않는 것으로 하고 있다.

[꿀팁!]
언론사 기자에게 친분을 이용해 기사를 써달라고 한 경우는 어떨까. 이 경우도 청탁금지법에서 금지하는 부정청탁이 아니다. 기자가 기사를 쓰거나 삭제하는 행위 모두 기자와 언론사에 재량이 있기 때문에 기자가 설령 공무원 말을 듣고 해당 내용을 취재해 기사화 했더라도 그 역시 그 기자의 재량에 따른 행위였던 것으로 해석 될 뿐, 그것이 ‘법령을 위반한’ 행위는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