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ABC]공무원인 애인에게 명품백 선물하면?

[the300·theL]하)금품수수 편③친분과 사회상규

머니투데이 배소진 기자|입력: 2016.08.30 06:47|조회: 1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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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ABC]공무원인 애인에게 명품백 선물하면?

[청탁금지법ABC]공무원인 애인에게 명품백 선물하면?

#국내 굴지의 대기업 직원 B씨는 대기업의 조사업무를 관장하는 정부 위원회 사무관 A씨와 2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을 약속한 연인 사이. B씨는 여자친구인 A씨의 다가오는 생일에 150만원 상당의 명품지갑을 선물로 주기로 했다.

청탁금지법에서 가장 애매한 조항 중 하나는 '사회상규'에 따른다는 부분이다. 법은 공직자 등의 일상적인 사회 생활을보장하고 과도한 제한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품수수 조항에서 몇 가지 예외 사유를 구체화하고 있다.

이 중 '그 밖에 다른 법령·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이라는 예외 조항은 상황에 따라 수천, 수백가지의 사례를 만들 수 있다.

A씨의 사례를 따져보자. 대기업에 다니는 A씨와 대기업 관련 조사업무를 관장하는 공무원 B씨 사이에는 직무연관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반적인 관계라면 B씨는 1회 1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았기 때문에 직무연관성 관련 여부에 관계없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되는 제재 대상이다.

지갑이 100만원 이하였다고 하더라도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수수금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 과태료를 물게 된다. 100만원은 사회통념상 1회에 제공받기 과한 금액이라는 게 청탁금지법의 기본 개념이다.

하지만 A씨와 B씨가 연인관계라는 점이 예외를 인정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이성교제를 하고 있는 사이에서는 다소 고액의 명품가방이라도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탁금지법을 탄생시킨 '벤츠 여검사' 사건. 이 모 검사는 담당 사건을 맡았던 최 모 변호사와 내연관계를 맺은 뒤 벤츠 승용차와 샤넬 가방, 모피, 법인카드 등 몇 달에 걸쳐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았다.

1심에서는 변호사가 검사에게 사건을 잘 처리해달라고 부탁한 '청탁'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유죄가 선고됐지만 2심과 대법원에서는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확정됐다. 사건 청탁을 위한 대가성 금품이 아니라 연인 사이에서 주고받은 '사랑의 정표'이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해당 판결을 내리고 엄청난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그렇다면 만일 청탁금지법을 적용할 경우 이 검사는 무조건 '유죄'인걸까. 대가성을 따지지 않는 청탁금지법을 엄격히 적용한다면 당연히 그렇다.

하지만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이라는 예외조항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퉈볼 여지가 있다. '정말 순수하게 사귀는 사이'라고 주장할 경우 청탁금지법에서도 달리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 내연관계 역시 통상적인 사회상규상 '연인관계'로 볼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연인관계가 아닌 우정관계일 경우에는 판단이 달라진다. 단순히 변호사와 검사 사이였다면 벤츠를 사주는 게 아니라 일정 기간 무상으로 사용하게 배려해 준 것만으로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아무리 '호형호제'하는 깊은 사이라도 우정을 기반으로 한 관계에서는 금품수수 행위가 엄격하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 담당 부처 공무원 C씨가 급한 돈이 필요해 자신보다 사정이 나은 금융회사 직원 D씨에게 개인적으로 1000만원을 빌렸다. 오랜 고향 친구 사이인 두 사람. D씨가 C씨에게 이자를 받지 않았다면 이는 금품수수에 해당하는가.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상 '무이자'를 사실상 증여를 가장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집행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보호라는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예외 사유로 보기 곤란하다는 것.

대대 주임원사가 소속 사병의 부모로부터 무이자로 돈을 빌렸을 때 이는 이자액에 해당하는 재산상의 금융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뇌물수수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도 존재한다.

빌리는 이유도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동창회나 친목회, 기타 소속 구성원 등 공직자와 특별히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친분관계를 맺고 있는 자가 질병재난 등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공직자에게 제공하는 금품은 허용이 된다.

즉 자녀나 부모의 병원비가 급하게 필요할 경우는 정상참작이 되지만 주식투자나 해외유학비 등의 사유는 불가하다. 특별한 친분관계도 해석의 여지가 있다. 권익위는 단순한 지연·학연, 고향 선후배 정도의 관계는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국민권익위 설명 요지]
국가권익위원회는 "친밀도가 매우 높은 이성 간 교제관계에서 애정의 표시로 제공되는 금품 등의 경우 일반적인 사적 관계에 비해 폭넓게 허용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상규에 따른 예외규정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삼아 금품의 가액, 직무 결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관련 판례가 충분히 쌓이기 전까지는 유사한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청탁금지법의 적용범위를 구체화하게 되는데 그 전에는 해석이 분분할 수 밖에 없다.


[꿀팁!]
'사회상규'는 사회에서 윤리 내지 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대법원 여러 판례를 통해서도 사회상규는 법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문제는 이 추상적인 개념을 실제 사례에 어떻게 대입해 적용하고 해석할 것인지다.

위 사례에서 A씨와 B씨가 연인이 되기 직전, 이른바 '썸'을 타는 관계였다면? 혹은 이미 헤어진 사이에서 재결합을 위해 선물을 준 것이라면? 다양한 상황은 분명 존재할 수 있다. 결국 청탁금지법이 정착되기 전까지는 아무리 연인관계라도 '사회통념'을 뛰어넘는 액수의 선물은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