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ABC]접대인줄 모르고 친척이 사주는 밥 먹으면?

[the300·theL]하)금품수수 편⓻친분과 사회상규

머니투데이 장윤정(변호사) 기자|입력: 2016.09.12 05:41|조회: 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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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사실상 전국민의 사회 활동과 인간 관계에 일대 변화가 온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더엘(theL)은 독자들의 일상 변화에 도움을 주고 법의 조속한 안정을 돕기 위해 청탁금지법을 분석, 다양한 적용 사례를 제시한다.
[청탁금지법ABC]접대인줄 모르고 친척이 사주는 밥 먹으면?

[청탁금지법ABC]접대인줄 모르고 친척이 사주는 밥 먹으면?

#사립 고등학교 교사인 A씨는 사촌 형인 B씨가 오랜만에 밥이나 먹자고 하자 반가운 마음에 식사 약속을 잡았다. B씨는 곧 A씨의 생일이 다가온다며 1인당 5만원짜리 고급 식당을 예약해놨고, 식사 후 밥값을 모두 결제했다.

알고 보니 B씨는 자신의 딸이 A씨가 담임을 맡고 있는 반의 학생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 자녀를 잘 봐달라는 취지로 밥값을 냈던 것이다. 하지만 식사를 할 당시까지만 해도 B씨는 딸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아 A씨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의 부정 청탁을 막기 위해 3만원 이상의 식사, 5만원 이상의 선물, 10만원 이상의 경조사비를 금지하는 엄격한 제한을 하면서도 그들의 일상적인 사회생활은 보장하고, 과도한 제한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15가지 예외 사유를 두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했다.

그 중 하나가 '그 밖에 다른 법령·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인데, '사회상규'라는 다소 애매한 표현 때문에 경우에 따라 상당히 포괄적인 예외 인정이 가능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A씨의 사례에서 사촌 형인 B씨와의 사이에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반적인 관계에서 공직자 등은 청탁금지법 제8조에 따라 100만원, 연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식사 포함)을 받은 때에는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형사처벌되지만 1회 100만원, 연 300만원 이하라면 직무 관련성이 있는 때에만 과태료(수수금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 처벌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A씨와 B씨는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 오고 간 식사를 한 경우에만 과태료를 물게 된다.

A씨와 B씨는 사촌 지간이라는 점이 '사회상규' 상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친척 사이는 다소 비싼 식사를 사줬더라도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B씨가 사촌 동생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식사를 사주는 명목이었지만 실제로는 자기 딸을 잘 봐달라는 '교사' A씨에 대한 식사 대접이었다는 지점이다.

그렇다면 B씨는 딸을 위해 A씨에게 식사를 접대한 것이 되고 이런 목적으로 식사를 했다면 이들 사이의 식사 대접은 더 이상 사회상규 상의 예외에 해당될 수 없게 된다. 즉, B씨가 A씨의 사촌 형이라 할지라도 딸을 위해 A씨에게 그의 직무와 관련한 청탁을 목적으로 식사를 대접했다면 B씨는 '제3자인 자녀를 위해 부정청탁을 한 것'에 해당된다는 의미다.

청탁금지법은 청탁행위로 인한 효과(이익)가 자신이 아닌 제3자에게 돌아갈 경우 그 제3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한다. 다만 이해관계자 본인이 직접 청탁을 했다면 과태료 부과대상에서 제외된다.

B씨의 자녀는 직접 또는 아버지 B씨를 통해 담임 교사 A씨에게 부정 청탁을 한 사실이 없어 제재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청탁을 받은 A씨는 B씨의 청탁에 대해 거절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지 않고, 부정청탁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여기서 또 하나 문제되는 것은 A씨가 식사를 대접 받을 당시 B씨의 딸, 즉 자신의 조카가 담임 반 제자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부분이다.

식사 당시에는 그 식사가 단지 친척 간의 식사인줄로만 알았던 A씨를 청탁을 받은 것이라며 형사 제재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아예 청탁 상황에 대한 인식조차 없던 A씨로서는 그 청탁을 거절할 수도, 청탁 내용에 따른 행동을 피할 가능성도 없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 교육자료 요지]
담임 교사에게 학생을 잘 봐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부정청탁의 대상 직무다. 따라서 공직자와 일반인 관계없이 교사에게 학생에 대해 청탁을 할 경우, 교사가 그 청탁을 수락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청탁한 사람은 처벌 대상이 된다. 다만 교사의 입장에서는 명확히 청탁을 거절하면 처벌을 받지 않는데, 아예 청탁 상황에 대해 인식도 하지 못했다면 거절도 승낙도 할 수 없던 불가피한 상황이므로 교사를 처벌할 수는 없다.

[꿀팁!]
청탁금지법상 이해당사자가 직접 자신을 위해 하는 부정 청탁은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여기서 '직접 자신을 위해 하는 부정 청탁'이란 청탁 행위로 인한 효과(이익)가 직접 자신에게 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물론 청탁을 받은 상대방은 이를 거절하지 않고 행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자녀를 위한 아버지의 담임 교사에 대한 청탁은 언뜻 직접 자신을 위한 청탁으로 볼 수도 있지만, 본인과 독립된 인격을 가진 자녀에게 직접 그 청탁의 효과(이익)가 귀속된다고 봐야하므로 만약 자녀가 직접 교사에게 자신을 잘 봐달라고 부탁한 경우라면 자녀는 처벌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