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민 87% "구제금융 불만"...증시 부진도 압박요인
막대한 국민 혈세가 퍼부어지는 구제 금융이 미국 국민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가 16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 국민의 절대 다수인 87%가 정부의 구제금융 계획에 불만을 갖고 있다. 이중 48%는 은행 구제 정책에 노골적 반감을 표하고 있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3분의1이 넘는 약 36%는 은행 구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은행 구제 정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마켓워치는 국민들의 불만이 큰 은행 구제 정책이 오바마 정부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켓워치는 오바마 정부가 자칫 발을 헛디딜 경우, 과거 대공황 직후 공화당이 민주당에게 정권을 빼앗겼던 것과 반대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은 대공황 당시 공공사업 확대를 통한 구제정책을 편 허버트 후버 대통령이후 20년 동안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했다.
◇ 증시 부진도 부담
증시 부진도 오바마 정부와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스콧라스무센에 따르면 1980년대 말 전체 미국 가정 중 20%만이 주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퇴직연금제도인 401K 탄생 이후 주식 보유 가정은 70% 이상으로 급증했다.
금융위기 발발 이후 미 증시는 급락했다. 특히 올해 미 증시 하락률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미국 국민들이 현 금융위기 피해에 직접 노출돼 있는 셈이다.
◇ 당정간 불협화음
국민 불만 증폭에도 불구, 당정은 여전히 엇박자를 내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의 의회 출석 때마다 민주당은 행정부에 국민들이 보다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상황을 명확하고 깔끔하게 설명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일 전 막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민주당)과 가이트너 장관간의 일화가 이 같은 상황을 잘 대변해준다.
오바마 정부의 일방적인 금융 구제정책에 화가 난 보커스 위원장은 당시 청문회에 출석한 가이트너 장관에게 일반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영어와 말'로써 현 상황을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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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는 의회가 불만
반면 재계에서는 의회의 미온적인 움직임에 대한 성토 목소리가 높다.
재계는 의회가 은행들을 돕기 위한 추가 행동을 꺼리고 있다며 이로 인해 금융위기가 장기화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FRB 관리 출신의 은행 전문가인 빈센트 라인하트는 의회가 은행 구제금융의 불가피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은행 부문이 미국 경제 전체를 볼모로 잡고 있다"며 "의회는 (정부 지원을) 구제금융이 아닌 미국 경제의 몸값을 지불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라인하트는 특히 몸값 지불의 첫 단계로 공적자금을 통한 부실 자산 매입을 꼽았다.
그는 오바마 정부의 공적, 사적 기금을 통한 부실 자산 매입 계획이 의회에 추가 구제를 부탁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며 의회의 느긋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 공화당에도 역풍
퓨센터의 스콧 키터는 가까운 미래 경기 반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국 국민들이 민주당에게서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키터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확실한 선 긋기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키터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AIG 보너스 맹비난도 이 같은 계산이 밑에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또 전통적으로 메인스트리트나 월가 은행 친화도가 높은 공화당 지지자들의 은행 구제 반감이 더욱 심한 것으로 나타나며 다소 의외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키터는 공화당이 '남부, 백인, 비은행가'만의 정당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