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금융강국 코리아] <제2부> 글로벌 경쟁력 높여라(3)
실물경제 탄탄하고 달러 약세땐 영토확장 기회
'금융자유도 60점'서 보듯 이미지 개선 첫 과제
정부는 2015년까지 동북아 금융중심지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금융중심지법'에 따라 올해 초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지구를 금융중심지로 선정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풀어야할 과제는 수두룩하다. 금융허브는 성공한 모델로 주목을 받은 두바이와 더블린의 몰락으로 힘이 빠졌다. 비규제·비과세 특혜를 앞세운 금융허브의 유효성에 의문도 제기된다. 탄탄한 실물경제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육성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허브의 꿈=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 각국의 금융도시를 크게 흔들었다. 전통적인 금융중심지로 꼽히는 뉴욕과 런던의 위상은 여전하다. 반면 성공적인 금융허브 모델로 국내에 소개된 신흥 금융도시 두바이와 더블린은 '백척간두'에 놓였다.
금융허브 법제화를 통해 단기간에 성공한 이들 도시의 몰락은 금융허브 구축의 필요성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더구나 최근 G20 정상이 국제금융규제 강화에 한 목소리를 낸 탓에 결코 우호적인 환경도 아니다.
하지만 금융서비스업 육성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금융업이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든 선진국과 달리 여전히 걸음마단계에 머물러 있는 국내 현실을 같은 눈높이로 판단해선 안된다는 얘기다.
실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8%로 10~30%에 달하는 선진국에 크게 뒤처졌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위상이 무색할 정도다. 금융산업을 잘 키우려면 제조업처럼 무언가를 만들어 수출할 게 아니라 고객을 불러와야 한다. 이게 금융허브 개념이다.
후발 주자인 중국도 금융허브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정부는 2020년까지 상하이를 국제금융·해운도시로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그간 경쟁관계였던 홍콩과 손을 잡아 글로벌센터를 구축, 아시아를 넘어 뉴욕과 런던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포부다.
◇금융영토 확장 기회=현재의 금융위기는 서구 중심의 금융지형을 뒤바꿀 수 있는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수년간 지속해온 미국의 재정적자 탓에 달러화 약세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아시아 주요국은 달러화의 영향력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앞으로 아시아에서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물밑작업도 한창이다. 이는 금융허브를 만드는데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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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금융센터지수(GFCI) 평가결과 서울은 62개 도시 중 53위를 기록했다. 아시아도시 가운데 최하위권 수준이다. 반면 세계경제포럼(WEF)은 한국의 금융발달지수를 아시아권에서 6위로 평가했다. GFCI는 금융전문가들의 설문조사로 순위를 매기지만 WEF는 각종 금융관련 데이터를 모아서 평가한다. 국내 금융인프라, 시장규모 등 '잠재력' 측면에선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셈이다.
국내 실물경제 규모는 아시아권에서 일본 중국 다음 순이다. 주식시장 규모도 일본 홍콩 중국에 이어 4위. 채권시장은 일본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한다. 연기금 확대, 퇴직연금제 시행 등 자산운용업의 성장 가능성도 매력적인 요인이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두바이나 더블린의 경우 실물경제에 기반하지 않는 금융서비스업 위주의 성장전략으로 위기를 맞았다"면서 "이에 비해 실물경제가 탄탄하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허브 구축에 희망이 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과제는=이를 위해 넘어야할 산은 만만찮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국제적인 추세가 규제 강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하지만 '규제 일변도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제스와프파생상품협회(ISDA)가 법원의 '키코효력정지 가처분결정'에 유감을 표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헤리티지 재단은 한국의 금융자유도를 60점으로 매겼다. 영국과 홍콩이 90점, 프랑스가 70점인 것과 대비된다.
또한 글로벌 마인드와 언어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시스템도 부족하다. 외국의 고급인력들이 의료, 교육, 교통, 환경 등의 측면에서 양질의 삶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생활여건을 조성하는 세심한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