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민병준의 길 따라 멋 따라/춘천 남이섬

춘천 남이섬은 북한강 청평호에 떠있는 반달 모양의 섬이다. 둘레 약 5km, 면적 약 46만㎡에 이르는 이 섬은 강에 떠있는 섬 치고는 제법 큰 편이라 할 수 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사계절 내내 사랑 받는 이 섬에 바야흐로 가을이 찾아들고 있다.
우리나라 강변의 섬들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청평호의 남이섬은 나미나라공화국이라는 애칭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섬에 들어가려면 입국심사(?)를 받아야 한다. 물론 입국심사는 뱃삯이 포함된 입장권으로 대신하면 된다.
◆청평댐이 건설되면서 섬으로 바뀐 운명
가평나루에서 배를 타고 5분 정도 가면 남이나루에 닿는다. 남이섬은 원래 섬이 아니라 북한강을 향해 길게 뻗어 나와 이어진 커다란 모래톱이었다. 옛날엔 장마철에만 섬으로 바뀌곤 했는데, 청평댐이 건설되면서 지금처럼 완전한 섬으로 운명이 바뀌었다. 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고(故) 민병도(1916~2006) 선생이 1965년 토지를 매입해 땅콩밭에 수천그루의 나무를 가꾸면서 변모하기 시작했고, 2001년 동화작가인 강우현 씨가 주식회사 남이섬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이미지 변신을 했다.

청평호 상류에 반달모양의 조각배처럼 떠있는 이 섬의 둘레는 약 5km. 아주 오랜 세월 금빛 강모래가 쌓여있어 걷기에도 더 없이 좋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걷는다 해도 3시간 정도면 섬 구석구석을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남이나루 출입문을 지나면 길은 세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은행나무 은사시나무 자작나무, 오른쪽은 잣나무 아카시나무 상수리나무가 펼쳐진 강변 산책로다. 가운뎃길은 남이장군 묘소를 지나 잣나무 은행나무가 길게 뻗어있는 중앙 산책로다.
고민할 필요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가면 되겠지만 이 섬의 터줏대감에게 먼저 인사를 드리는 게 옳지 않은가. 나미나라공화국 관광청이라는 명패를 단 관리사무소 앞에서 가운뎃길로 들어서면 왼쪽으로 남이장군 묘소가 보인다.
남이섬 명패의 주인인 남이(南怡, 1441~1468년) 장군은 세조 때인 1467년 이시애의 난을 평정하고 불과 20대에 병조판서에 오르는 등 탄탄대로를 걸었지만, 예종이 즉위한 후인 1468년 역모를 꾸민다는 죄명을 쓰고 능지처참 당한 불운한 영웅. 하지만 남이 장군은 여기에 잠들어 계시진 않는다. 실제 묘소는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 남전리에 있다. 그렇다면 이 묘소는 어떻게 된 일일까.

이곳엔 옛날부터 남이장군 무덤이라고 전해오는 돌무더기가 있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그 돌을 함부로 가져가면 집안에 우환이 생긴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왔는데, 1960년대 후반 섬을 유원지로 개발할 때 돌무더기 위에 흙을 덮고 봉분을 만들어 지금처럼 형태를 갖춘 무덤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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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 터줏대감에게 인사를 올렸으면 이제 본격적으로 섬을 돌아볼 차례. 남이섬엔 자전거(1시간 1인용 5000원, 2인용 1만원), 전기자전거(1시간 1만5000원), 전기자동차(4인 기준 30분 3만원), 나마이카(수제자동차 30분 9000원), 유니세프 나눔열차(편도 2000원) 등 타고 놀거리가 풍부하다. 그렇지만 가장 좋은 것은 돈을 들이지 않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산책이 아니겠는가. 기본 동선은 섬 외곽을 따라 나있는 산책로지만 중간 중간 안쪽으로 이어지는 길도 예쁘니 빼놓지 말자.
남이섬의 으뜸은 자연이다. 섬 곳곳에 자작나무, 잣나무, 메타세쿼이아, 밤나무, 포플러 등의 수목이 운치 있는 숲길을 이루고 있다. 또한 공원, 공연장, 박물관, 전시관 등 볼거리도 많다. 그래서인지 남이섬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연인들이 가장 많다. 이들은 팔짱을 끼고 그림자 길게 드리운 채 오솔길을 걸으며 사랑을 쌓아간다.

메타세쿼이아 길은 드라마 <겨울 연가>를 찍은 곳이기도 하고 그 외에 수많은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세를 탄 연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길이다. 이곳에선 셔터만 눌러도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곳이다. 가을이 되면 숲을 온통 노랗게 물들여 연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은행나무 가로수도 있다. 이어 강둑으로 발길을 돌리면 은사시나무 가로수가 반기고…. 사계절 언제라도 좋지만, 나뭇잎 오색단풍으로 물들고 낙엽 휘날리며 빗금을 긋는 가을 산책은 그야말로 꿈길일 것이다.
◆호수를 끼고 느리게 걷는 즐거움
남이섬은 이런 분위기 덕분에 영화 촬영장소로 애용되고 있는데, 최인호의 인기소설을 영화화한 <겨울 나그네>가 1세대의 대표적 작품이다. 사람들은 의대생 민우가 음대생 다혜를 겨울별장에 두고 사라졌던 앙상한 은사시나무 숲길을 아직도 기억한다. 이후 남이섬은 텔레비전 드라마 <겨울 연가>로 더욱 알려졌고, 요즘엔 일본과 중국 등 멀리 외국에서 찾아온 단체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엮인다.
이렇듯 호수를 한쪽 옆구리에 끼고 숲길을 걷는 일은 즐겁다. 동행한 이가 연인이면 어떻고, 친구면 어떻고, 홀로면 또 어떠랴. 발길 닿는 대로 거닐다가 임자 없는 의자에 앉아 가을이 오는 숲을 바라보는 것은 행복하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도록 섬을 드나드는 배가 운항하니 시간에 쫓길 염려도 없다. 그냥 느긋하게 즐기기만 하면 된다.
남이섬 이용료(입장료, 뱃삯)는 일반 8000원(청소년 5000원, 어린이 3000원). 오후 6시 이후엔 4000원(2500원, 1500원). 주차료 4000원. 배편은 매일 07:30~21:40 사이에 10~30분 간격으로 운항한다. 남이섬 주차장 주변의 식당을 이용하면 식당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남이섬 안내소 전화 031-580-8151~2
여행정보
●교통서울→46번 국도→청평→가평→남이섬 <수도권 기준 1시간30분 소요>
●별미남이섬 중앙광장 식당촌엔 숯불목살구이 비빔밥 청국장 등을 차리는 밤나무식당(031-582-9319), 숯불닭갈비 설렁탕 등을 맛볼 수 있는 섬향기(031-581-2189), 쟁반국수 보리밥 등을 차리는 고목식당(031-582-4443) 등이 있다. 간단한 생필품을 파는 마트도 두군데다.
●숙박남이섬에서 숙박이 가능하다. 남이섬 호텔인 정관루 본관 스위트룸(8만8000~12만원), 갤러리룸(6만6000~9만9000원), 콘도별장(10만~20만원), 오막별장(10만~20만원), 투투별장(7만~11만원), 게스트하우스(8만~14만원). 남이섬에 야영장은 없다. 예약 문의 031-580-8000
●참조남이섬 대표 전화 031-580-8114 www.namis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