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사용 종속" vs "결국 개인사업자"…도급제 최저임금 '평행선'

세종=강영훈 기자
2026.06.09 16:30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류기정 사용자위원과 류기섭 근로자위원이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2027년도 최저임금위원회 4차 전원회의에 참석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6.6.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노사가 도급제 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 범위 확대를 놓고 충돌했다. 노동계는 특수고용·플랫폼 등 도급제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해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경영계는 이들이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 신분이라며 최저임금법 적용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7년도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에서는 올해 심의요청서에 포함된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안건을 두고 노사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경영계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근로자성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별도의 최저임금 기준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최임위의 권한 밖이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노동계가 주장하는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는 법원에서 인정받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자영업자와 같은 개인사업자"라며 "근로자로 인정받지 않은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자는 것은 개인사업자로서의 자율성을 활용하면서 근로자로서의 지위도 누리겠다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류 전무는 "근로자로 확인되지 않은 대상에 대해 적용될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권한도 역할도 아니다"라면서 "지금은 똑같은 개인사업자면서 자본과 시간을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헤아리는 정책적 배려가 더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도급 계약은 본질적으로 업무 완성을 조건으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다. 법적 성격으로나 제도상으로나 임금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리한 도급제 최저임금 적용은 도급 체계와 플랫폼에 의존하는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의 유통 체계에 대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본부장은 "도급 계약에 대한 최저임금안은 도급제 종사자들의 이탈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국가 경제에 막대한 부작용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무리한 도급제 최저임금 적용에 반대한다. 본 위원회의 논의가 신속히 소기업·소상공인의 생존과 해당 업종 종사자들의 일자리 보존을 위한 업종별 구분 적용 논의로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동계는 플랫폼·특수고용 등 도급제 노동자까지 최저임금 범위를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사용 종속성 아래 놓여있고 무임금 공짜 노동과 산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입장이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지난 회의에서 우리는 도급제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도입하는 것이 현행법과 제도 안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이제 최저임금위원회가 해야 할 일은 노동자성을 다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어떤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이를 이유로 더 이상 결정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 사무총장은 "쿠팡, 배달의 민족 등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 통제 방식과 여러 판례를 통해 이들의 실질적인 사용 종속성이 충분히 증명된 만큼, 데이터가 축적된 도급 노동부터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방안을 당장 제안해야 한다"며 "최임위가 그동안 800만명에 달하는 도급 노동자들을 제도 밖 사각지대에 방치해 두었던 것은 아닌지 뼈저리게 돌아봐야 한다. 최저임금 확대는 이들의 생계와 생존권을 지켜줄 최소한의 안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해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있었던 산업재해 사망자 5명 중 1명이 택배 퀵 서비스 등 특수고용 노동자였다라는 그 충격적인 현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며 "배달 플랫폼 운용의 낮은 수수료, 콜 취소 시 부과되는 일률적인 페널티, 콜 수락률에 따른 배달비 차등 지급 등 과도한 착취 구조 자체가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들을 최저임금법으로 먼저 보호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큰 해결 과제인 산업재해 역시 줄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특고 플랫폼 노동자들의 이 살려달라는 절박한 외침에 이제는 제발 응답해 달라"고 호소했다.

최임위는 우선 도급제 적용 안건 심의 후 경영계가 주장하는 업종별 구분 적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노사 양측의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은 이달 중순 이후 나올 전망이다.

현재 노동계는 대폭 인상(민주노총안 1만3070원)을 요구하고 있고 경영계는 동결 입장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20원으로 전년보다 2.9% 올랐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 시한은 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로 6월 말에 마무리 된다. 다만 노사 간 이견으로 대체로 시한을 넘겨 7월까지 심의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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