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경, 마스크 팩을 벗고 보여준 진심 [인터뷰]

이덕행 ize 기자
2023.06.22 09:13
/사진=엘줄라이 엔터테인먼트

최근 종영한 JTBC 수목드라마 '나쁜 엄마'의 이장 부인은 항상 마스크팩을 붙인 채 등장했다. 배우가 누구인지 알 수도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얼굴을 가렸지만 이장 부인이 뱉는 대사 하나하나는 핵심을 관통하며 시청자들에게 사이다를 선사했다.

'나쁜 엄마' 종영 후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보경 역시 이장 부인과 많은 모습이 닮았다. 많은 질문에 가식없이 솔직하게 답하며 질문을 던진 기자에게 되레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할 말은 하는 당당한 매력은 왜 '와사비'라는 애칭으로 불리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이장부인은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 할 말은 하는 아이러니함을 가진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모두가 말을 못하고 있는 순간에 사이다처럼 뱉어주잖아요. 그게 분위기를 풀어줄 때도 있고 긴장감을 줄 때도 있고요. 작가님이 하고 싶었던 말이나 일침을 정확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평소에는 마스크 팩을 자주 하지 않는다는 박보경. 촬영이 겨울에 진행된 탓에 촉촉한 마스크 팩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미스트를 뿌리거나 에센스를 뿌릴 수밖에 없었다고. 박보경은 "왜 마스크 팩을 10분 있다 떼라고 하는지 그때 알았다"며 너스레를 덜었다.

"바람이 불면 말라서 떨어지고 날씨가 추우면 팩이 얼다 보니 분장팀이 미스트와 에센스 통을 계속 뿌렸어요. 나중에는 때처럼 목덜미에 맺혀서 계속 긁어내기도 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피부가 좋아지진 않더라고요.(웃음) 찍으면서 재미있기도 했어요. 팩 뒤에서 할 말을 다 하는 게 학교 수업 때 배운 가면극이 떠올랐거든요. 그러면서 제가 유일하게 연기할 수 있는 건 눈빛이었기 때문에 각도 등을 바꿔가며 표현하는 데 집중했어요."

/사진=JTBC

마스크 팩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이장 부인의 정체는 야쿠자의 딸이었다. 조직을 재건한 아버지가 자신을 불러 일본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던 이장 부인은 자신이 임신한 것을 뒤늦게 발견해 조우리에 정착한다. 단순히 웃으며 넘어갈 수도 있지만, 박보경은 이장 부인이 조우리 사람에게 받은 사랑을 짚었다.

"야쿠자의 딸로 낯선 한국 땅에 왔잖아요. 이방인을 받아주는 조우리 마을 사람들을 통해 또 하나의 사랑을 보여준 것 같아요. 심지어 그 캐릭터가 할 말은 하고 고집을 부리는데도요. 또 저희 드라마가 강호의 출생으로 시작해서 이장 부인의 임신으로 끝나는데 그게 이장 부인의 또 다른 역할인 것 같기도 해요."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할 말을 다 하는 이장 부인과 실제 박보경은 얼마나 닮았을까. 남편 진선규에게 '와사비'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박보경은 매콤한 별명답게 닮은 부분이 많다며 웃었다.

"가까운 친구들은 팩 쓴 박보경이라고 하더라고요. 거짓말을 하면 티가 나고 불편해도 티가 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인간 관계도 넓지 못해요. 이장부인도 숨어있지만, 인간관계가 좁지만 솔직하잖아요. 친한 친구들에게 가식으로도 위로의 말을 잘 안 해요. 그런 부분이 닮은 것 같아요."

/사진=엘줄라이 엔터테인먼트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의 박보경은 같은 대학을 나오고 함께 극단을 꾸린 배우 진선규와 2011년 결혼했다. 이후 박보경은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해 10년에 가까운 공백기를 가져야만 했다. 간간이 작은 역할로 등장하긴 했지만, 박보경의 열망을 채울 수는 없었다.

"티를 안 냈을 뿐 혼자 운 적도 많아요. 남편도 미안해하는 걸 알고 제가 티를 내면 마음을 쓸 걸 알았으니까요. 남편이 촬영 때문에 늦게 들어오면 그냥 눈물이 나더라고요. 좋은 영화, 드라마를 볼 때도 저 캐릭터 멋있다는 생각이 들면 미련이 생길 것 같아 '잘 봤다'이러면서 껐어요. 티 내지 않고 아이들을 키우는 데 신경 썼어요."

그러던 박보경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 방송된 tvN '작은 아씨들'에서 비서실장 고수임 역을 맡은 것이다. 긴 터널을 뚫고 다시금 빛을 보게된 박보경은 박보경은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도와준 가족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공연은 거의 못 했고 오디션도 못 봤어요. 계속 거절하니까 오디션도 점점 안 들어오더라고요. 제가 많이 알려진 것고 아니고 활동을 활발히 한 것도 아니니까요. 어쩌다 가도 결국은 아이 때문에 못 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저는 아예 일을 못 할 줄 알았어요. 일을 안 하고 있으면 잊히기 마련이니까요. 감사하게도 친정엄마와 같이 살면서 오디션을 편하게 볼 수 있게 됐어요."

/사진=엘줄라이 엔터테인먼트

'작은 아씨들'의 고수임은 박재상(엄기준)의 비서실장이다. 첫 악역을 맡아 액션 연기까지 소화한 박보경은 강렬한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단단히 눈도장을 찍었다.

"제가 알기론 제 역할이 가장 늦게 캐스팅됐어요. 감독님이 남편과 친분이 있어서 제 형편을 잘 아셨어요. 저도 부담 없이 현장에서 즉흥 연기를 보여드렸어요. 감독님이 웃으시면서 '집에만 있으면 안 되겠네'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집에 가는 길에 캐스팅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회차가 많은 역할은 처음인데 대본 자체에 제 이름이 있는 게 처음이라 감사하고 좋았어요. 예전에 남편이 처음 이름이 써진 대본을 받고 좋아할 때 공감해 줄 수 없었거든요.(웃음) 제 이름이 써진 것도 그렇고 그 앞에 배우라고 써진 것도 그렇고 좋았다가 부담감도 생기더라고요."

작은 아씨들과 나쁜 엄마를 통해 성공적으로 연착륙한 박보경은 이제 책임감을 느끼며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진선규의 아내가 아닌 배우 박보경으로 더욱 자신을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을 알리고 싶다는 욕심도 함께 품고 있다.

"진짜 못할 줄 알았다 기회가 오니까 감사해요. 이제 조금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앞선 두 작품 같은 경우에는 가정주부로 있다가 훅 나갔는데 지금 찍고 있는 작품들은 준비할 시간이 있었으니 잘 준비해서 만나고 싶어요. 이제 현장에서의 매너나 캐릭터 준비와 관련된 부분에서도 몰랐다고 할 수 없고 그러면 안되니까요. 운 좋게 여성으로서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많아진 시기에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팩 한 여자, 몸 쓰는 비서 등 이렇게 조금더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영순 같은 엄마도 좋고 아니면 다양한 엄마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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