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순위 천만원에도 대출 못해"…생산적금융 막는 부동산담보대출 RW

김도엽 기자
2026.06.09 16:42

-기업 보유한 '상업용 부동산', 보증금 천만원 월세 세입자만 있어도 위험가중치 150%
-주거용 부동산도 타 국가에 비해 '안전'…국제적 평균인 바젤3 수용은 "과하다"는 의견도

부동산담보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그래픽=윤선정

은행이 후순위로 들어간 부동산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RW)에 관한 규제가 생산적금융 추진과정에서 '가시'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젤3 규정에 따라 선순위가 소액일지라도 무조건 RW를 높게 책정하면서 특히 기업들의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한 대출이 막혀있다는 설명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은 은행권이 부동산 담보 대출을 취급할 때 1순위가 아닐 경우에는 대출금의 150%를 RW로 책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은행이 주거용주택을 담보로 하든 상업용부동산을 담보로 잡든 관계없이 2순위부터는 동일하게 150%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A은행에 선순위 대출이 1억원이 있는 10억원 가치의 상업용 부동산에 B은행이 2순위로 1억원을 더 빌려주는 경우 LTV(담보인정비율)는 20%에 그친다. 만약 해당 차주가 자금을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부동산을 매각하면 A은행과 B은행은 모두 대금을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B은행 입장에서는 A은행의 저당권이 있다는 이유로 1억원 대출의 RW가 7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해당 조항을 두고 은행권에서는 생산적금융을 취급하는데 걸림돌이 된다고 주장한다. 기업대출의 경우 기존에도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RW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기업대출을 늘리는 과정에서 RW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들이 보유한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할 때가 문제가 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에 입점한 임차인의 소액 임차권, 전세권도 선순위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들이 보유한 대형 상가에 보증금 수천만원대 세입자가 있는 경우에도 RW 150%가 적용된다"라며 "위험성이 매우 낮은 대출이라고 볼 수 있음에도 150% RW를 매기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한 대형은행은 이같은 규제 등을 감안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선순위가 아닌 부동산의 경우 담보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주거용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경우도 큰 틀에서 생산적금융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주거용부동산은 상대적으로 연체가 낮은 등 안전 자산이기 때문에 소액 선순위에 대해서 RW를 완화하면, 기업대출을 취급할 RW가 여유가 생길 수 있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해당 조항을 두고 은행권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국제적 합의인 바젤3의 권고에 따라 대부분의 국가가 150%를 적용하고 있다. 다만 개별 국가의 금융당국에 후순위 근저당권이더라도 특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선순위 근저당권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재량권이 일부 부여된다.

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많은 RW 규제를 완화했지만 해당 규정에 대해서는 쟁점이 일부 있는 상황"이라며 "바젤3 규정은 근저당 설정 후에도 법적 문제가 많은 중국 등 일부 국가를 감안해 보수적으로 책정됐기에 한국의 기준에서는 과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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