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때문이라더니…20명 숨진 예비군 참사의 진실[뉴스속오늘]

이재윤 기자
2026.06.10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1993년 6월 10일 경기 연천군에 위치한 967포병대대에서 진행된 예비군 훈련 중 30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모지' 화면 갈무리

"대체 왜 이렇게 많은 사망자가 생겼나?"

1993년 6월 10일 3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연천 예비군 훈련장 폭발 사고'에 대한 의문은 쉽게 누그러들지 않았다.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어나면서 많은 사상자가 나왔고, 수사 초기 '담배꽁초'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담배 꽁초로 인한 화재라고 보기엔 피해 규모가 너무 나도 컸다. 조사결과 무리한 훈련과 안전관리 조치 미흡 등이 빚어낸 인재였다. 이 사고는 1968년 대한민국 예비군 창설이래 현재까지도 '최악의 예비군 참사'로 손꼽힌다.

훈련 중 20명 사망…무리한 포탄 취급,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참사

이날 오후 4시 5분쯤,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차탄4리에 위치한 육군 다락대 훈련장(모 포 사격장)에서 거대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육군 수도군단 수도포병여단 예하 967포병대대에 동원된 경기 인천 및 부천 지역 예비군들이 M114 155mm 곡사포 실사격 훈련을 하던 중 벌어진 일이었다.

이 사고로 현장 통제를 하던 현역 장병 3명과 예비군 17명 등 총 20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당초 사망자는 19명으로 집계됐으나, 사고 일주일 후 폭발 현장 중심부에서 귀가하지 못한 예비군 박 모 씨의 시신이 추가로 신원 확인되면서 최종 20명으로 늘어났다.

초기 군 당국은 예비군들이 버린 담뱃불이 화약에 옮겨붙어 폭발했을 가능성을 제기됐다. 하지만 국방부 특별검열단의 부상자 진술 조사 결과고폭탄 사격을 위해 포탄 앞부분에 신관(기폭 장치)을 결합하던 중 원인 모를 폭발이 먼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사진=유튜브 채널 '모지' 화면 갈무리

초기 군 당국은 예비군들이 버린 담뱃불이 화약에 옮겨붙어 폭발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국방부 특별검열단의 부상자 진술 조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장병용 국방부 특검단장은 폭발력이 센 고폭탄 사격을 위해 포탄 앞부분에 신관(기폭 장치)을 결합하던 중 원인 모를 폭발이 먼저 발생했고, 이때 발생한 파편이 포탄 추진 화약인 장약통을 관통해 연소하면서 주변 조명탄 2발까지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국방과학연구소와 미 8군 합동조사단은 신관 조작 과정에서의 '무리한 취급'이나 '신관 자체의 결함' 등을 원인으로 결론 내렸다.

사고의 규모를 키운 것은 부대 운영과 통제의 총체적 부실이다. 고도의 안전 통제가 필요한 155mm 곡사포 1개 포반은 통상 8~9명으로 운영돼야 하지만, 사고 당일 1개 포에는 무려 23명의 인원이 밀집해 있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력 배치였다. 전문성이 필수적인 포병 훈련임에도 불구하고 동원된 예비군 중에는 포탄을 본 적도 없는 보병이나 공병 출신 등 비포병 병력이 무분별하게 포함돼 있었다. 현장 지휘 장교 역시 포병이 아닌 보병 출신이었으며, 현장 조교는 현역 1명과 포병 지식이 전무한 방위병 2명에 불과해 제대로 된 통제와 안전 교육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였다.

국방부 특별검열단의 조사 결과 고폭탄 신관 조작 과정에서의 '무리한 취급'이나 '신관 자체의 결함'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현장 지휘 장교 역시 포병이 아닌 보병 출신이었으며, 현장 조교는 현역 1명과 포병 지식이 전무한 방위병 2명에 불과해 제대로 된 통제와 안전 교육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였다. /사진=유튜브 채널 '모지' 화면 갈무리
안전 강화조치에도 잇따른 인명피해…예비군 사고는 현재 진행형

인명피해 규모에 비해 어처구니 없는 사고 원인을 두고 가짜 뉴스가 확산됐다. 당시 "예비군들끼리 포탄에 충격을 주면 터지는지 시비가 붙어 오함마(해머)로 포탄을 내리쳐 터졌다"거나 "예비군이 조교 지시를 무시하고 포탄을 발로 찼다"는 등의 허위 사실이 퍼졌다. 하지만 고폭탄은 내부 안전장치로 인해 단순 타격만으로는 기폭하지 않는다.

사태가 심각해 지자 군 당국은 수도군단장과 포병여단장을 보직 해임하고, 대대장 등 지휘 장교들을 구속했다. 사고가 발생한 967포병대대는 해체 됐다.

연천 예비군 훈련장 폭발 사고 이후 예비군 훈련 관련 대대적인 안전 강화 조치가 이뤄졌지만 인명 피해는 또 일어났다. 사고 1년 만인 1994년 5월에는 경기 남양주시에서 한 대학생이 예비군 훈련 중 실탄에 맞아 숨졌다. 2007년 인천에선 무반동포 훈련 사격 준비 중 실탄이 발사돼 사타구니를 관통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5년에는 서울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사상자가 나왔다.

예비군 훈련 중 실탄에 맞아 숨지는등 최근까지도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사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에도 예비군 훈련 중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5월 13일 오후 7시쯤 경기 포천시의 한 야산에서 동원 예비군 훈련(정찰 훈련)을 받던 20대 남성 A씨가 이동 중 쓰러져 구급대원의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끝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예비군 훈련의 문제점을 강도 높게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의료 인력이나 응급 장비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훈련이 강행됐다든지, 또 비합리적인 '얼차려' 같은 구시대적 병영 악습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참사 이후 33년이 지났지만 예비군 훈련 과정에서의 인명 사고는 안타깝게도 현재 진행형이다. '부실한 안전 통제'와 '보여주기식 무리한 훈련 강행'이 계속 된다면 더 큰 참사가 언제 또 일어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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