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후 10년이 훌쩍 지나고서야 깨닫게 됐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타격에 있어 입장 바꿔 투수의 심리를 생각해보게 됐고 거기서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김민혁(31)은 2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5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 2타점 1득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0-5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22일 NC전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시작한 김민혁은 이날도 1회말 선제 적시타를 시작으로 3회엔 타자 일순한 상황에서도 2안타를 때려냈고 6회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8회 4번째 안타까지 완성했다.
2024년 8월 9일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1년 9개월 만에 4안타 경기를 펼쳤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 2차 6라운드로 KT의 지명을 받고 입단한 이후 가장 무서운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27경기에서 타율 0.358(106타수 38안타)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신인왕이자 골든글러브 수상자 안현민이 부상으로 빠져 있지만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한 김민혁이 그 자리를 훌륭히 메워주고 있다. "현민이의 공백은 제가 못 메운다"는 김민혁은 "그래도 저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면 편하더라. 주위에서 '현민이가 빠졌다', '현민이 언제 오냐' 이런 소리를 들으면 저도 눈치가 보일 수도 있는데 그러면 저만 스트레스더라. 현민이는 현민이고 저는 저니까, 주자 있으면 번트 대서 보내주고 진루타 쳐주고 이렇게만, 내 역할이 뭘까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장타력 등에서 아직까지 안현민을 완전히 대체한다고 하기엔 부족함이 있을 수 있다. 다만 확실한 건 기대 이상의 타격으로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 중 하나로 베테랑 투수 우규민(41)과 특별한 대화에서 답을 찾았다. 김민혁은 "왜 안타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면서도 "(우)규민 선배님과 볼카운트에 대한 투수와 타자들의 심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그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제가 그전에는 초구에 직구를 노리고 있는데 그걸 놓치면 불안감이 컸다. '다음에 또 이런 공연 안 들어오겠지' 이런 게 컸는데 투수 입장에서 규민 선배님이 '투수는 초구부터 들어오려고 그게 스트라이크가 되면 2구 때는 거기서 조금 더 비슷하게 떨어뜨리려고 한다'는 식의 대화를 많이 나눈 뒤 볼카운트 싸움에 대해서 마음이 편해졌다. 타석에서 조금 마음이 편해지니까 제 스윙을 하려고 하게 되고 맞추려고 하지 않고 돌리려고 한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거침없이 초구를 노리는 스타일이기에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김민혁은 "스트레스가 심했다. 저는 공격성이 강한 타자인데 초구에 치고 죽으면 팀 분위기가 다운되는 게 너무 느껴져서 타석에서 엄청 망설였다"며 "계속 쳐도 쳐도 되나, 진짜 여기서 쳐도 되나 이랬는데 그런 대화를 나누고 투수들의 심리도 생각하고 하니까 편해졌다"고 덧붙였다.
서른이 될 때까지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부분이었다. 자신만을 생각하고, 그 안에서만 답을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베테랑 투수와 대화로 인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고 거기서 실마리가 풀렸다.
김민혁은 "초구에 대한 고민은 몇 년 동안 이어졌던 것이다. 감독님과 타격 코치님들도 생각 없이 초구부터 편하게 치라고 하시는데 제가 어리면 생각 없이 하겠는데 이제 팀 분위기도 생각하게 되고 경기 상황도 보게 되니까 혼자만의 스트레스가 있었다"며 "'초구 딱'이라는 별명이 너무 싫어서 저는 공격성이 강한데, 기다리는 게 너무 스트레스였는데 그런 대화를 하다가 '아 투수들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를 느껴서 아직까지 완전하진 않지만 그렇게 타석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결과로 데뷔 후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 중이다. 김민혁은 "결과가 나오니까 편하다. 감이 좋아도 결과가 안 따라주면 '왜 안타가 안 나오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정말 제가 지금 좋은건지 모르겠는데도 결과가 나오니까 그걸로 결과를 증명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도 좋아지고 의식 중에 약간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