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배구한다는 건 정말 새로운 도전이죠. 계속 관리에 신경 쓰고 겸손하게 됩니다."
40대로 처음 비시즌을 맞이한 KB손해보험 스타즈 미들블로커 박상하(40)의 말이다.
한국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에는 나이를 잊은 베테랑들이 유독 많다. 지난 시즌 대한항공을 6번째 우승으로 이끈 세터 한선수(41)부터 베스트7에 오른 미들블로커 신영석(40·한국전력), 최민호(38)까지 수많은 후배에게 최고참 형들은 여전히 넘기 힘든 벽이다.
KB손해보험 스타즈에서는 박상하가 그런 존재다. 2008~2009 V리그 1라운드 5순위로 우리캐피탈 드림식스(현 우리카드 우리WON)에 입단한 그는 벌써 프로 17년 차다. 그런데도 활약은 여전하다. 24경기 81세트에 출전해 135득점(리그 38위), 블로킹 평균 0.531개, 속공 64.12%(리그 2위)를 기록하며 KB손해보험의 극적인 봄 배구를 이끌었다.
최근 수원KB인재니움에서 취재진과 만난 박상하는 "사실 요즘 배구를 더 재미있게 하는 것 같다. 옛날에는 감독님들이 시키는 걸 많이 따라갔는데 이제는 내 의견도 존중해주고 스타일 변화에 대해 받아들여 주신다. 많이 배운다고 생각한다"고 40대 들어 새 시즌을 맞는 각오를 전했다.
이어 "지난 시즌도 확실히 플레이 스타일을 확 바꿨다. 변화를 많이 가져가려고 했다. 잘 통하면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다행히 그게 잘 통했다"고 덧붙였다.
KB손해보험은 지난 시즌 중반부터 높이가 조금 낮더라도 빠르게 공격하는 것으로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은 공격진의 단점을 메우는 대신 장점을 극대화한 것이다. 선수들 나름의 해결책이었다.
박상하는 "내 신체 능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걸 느껴서 (황)택의랑 플레이 스타일을 빠르게 가져가 보려 했다. 시즌 중간부터 그렇게 했는데 시즌 막판까지 공격적인 면에서 성과가 있었고, 외국인 감독들이 원하는 유효 블로킹도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택의가 잘 올려줬다. 세터가 어려워했으면 못했을 일인데 택의가 잘 맞춰줬다. 훈련할 때부터 타이밍과 때리는 타점 모두 조금씩 변화를 줬는데 잘 통했다. 성공률이 확실히 올라갔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보통 운동선수들은 35세가 넘는 시점부터 1년, 1년이 다르다고 한다. 꺾이는 시점에서 5년이 더 흘렀으니 변화를 준다고 해도 쉬울 리 없다. 박상하는 "예전에 여오현 코치님이 나한테 나이 먹어서 직접 느껴보라고 하셨다. 눈으로 보이는데 몸이 안 된다고 했었는데, 이제야 그 말이 뭔지 알 것 같다. 확실히 배구를 보는 눈은 좋아지는데 몸이 뜻대로 안 된다"고 웃었다.
이어 "솔직히 부상 우려가 있어 훈련량을 많이 가져갈 수 없으니까 경기 영상을 엄청 많이 본다. 내 영상이나 외국 배구 영상도 많이 보게 돼서 배구의 깊이는 젊었을 때보다 더 생겼다. 기량은 전체적으로 떨어졌겠지만, 배구할 날이 몇 년 안 남았는데 이제야 배구가 뭔지 알 것 같은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10~15년 전에 그 느낌을 알았다면 어땠을까"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에이 그러면 기자님들 저 못 봤죠. (유럽으로) 비행기 타고 오셔야 해요"라며 넉살 좋게 답하는 박상하다. 박상하는 "어린 선수들에게도 항상 이야기하지만, 잘 모른다. 그래도 (나)경복이는 이제 좀 느끼는 것 같다. 지난해 부상도 있었고 내게 많이 물어보기도 한다. 왜 형이 그렇게 오래 보강 운동하고 루틴에 집착하는지 알 것 같다고 하더라. 선수들이 체감해야 한다. 에이징 커브를 겪어본 선수와 아닌 선수는 다르다"고 전했다.
갈수록 떨어지는 높이를 다시 높이긴 어렵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더욱 넓어진 시야를 활용한 속공이다. 남들보다 더 빠르게 움직여 도약하고 상대의 허점을 노려 빈 곳을 때려 성공률을 높이고자 한다. 박상하는 "20대에서 30대 넘어올 때 보면 그때는 워낙 몸 상태도 좋았기 때문에 (당시 대세였던) 유럽 배구를 많이 추구했다. 그때는 감독님과 의견 차도 많았는데, 당시 내겐 유럽 배구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가 높이였다면 지금은 스피드다. 지금은 공을 빠르게 네트 너머로 통과시키는 게 목표다. 사실 이젠 상대가 나를 견제도 안 한다. 견제도 안 하는데 스킬을 쓸 필요가 없다. 빨리 통과만 시키자는 마음이다. 물론 젊은 후배들한테 가르칠 때는 내 플레이를 보지 말라고 한다. 어린 선수들은 점프나 스킬이 더 좋기 때문에 더 강한 공격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미소 지었다.
많은 나이에도 여전히 코트에 나서는 동년배 선수들은 그에게도 힘을 준다. 박상하는 "내 마지막이 언제일지 스스로 정하지 않으려 한다. (한)선수 형이 정말 고마운 이야기를 해줬다. '우리가 몇 살이라고 정하고 이만큼만 하자는 생각은 하지 말자. 20대들과 똑같이 경쟁해서 이기면 된다'고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 이야기를 듣고 깨달은 게 있다. KB에 있는 2년간 외국인 감독님들도 선수들을 똑같은 선상에 두고 보셨다. 나이가 있다고 대우하는 것도 배제하는 것도 없이 똑같이 스케줄을 소화했다. 그래서 운동하고 방에 올라가 죽은 듯 잔다. 그래도 이제 나이가 많은데 그만해야 한다는 생각은 안 한다"고 강조했다.
40세 박상하도 아직 성장하고 싶다. 통산 블로킹 941개로 신영석(한국전력·1414개), 이선규(은퇴·1056개), 하현용(은퇴·1018개), 최민호(현대캐피탈·945개)에 이어 V리그 5번째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1000블로킹도 최우선 목표는 아니다.
박상하는 "다른 건 조금씩 다 변화를 줬는데 서브 하나를 못 바꾸고 있다. 언제까지 서브가 약하다는 소리를 들을 순 없어서 한 번은 강하게 때리고 싶은데 쉽지 않다. 요즘은 젊은 미들블로커들이 하나같이 서브도 좋다"라고 웃었다.
이어 "우리 때는 나도 약한 편은 아니었는데 세계적인 배구 트렌드도 그렇고 요즘 젊은 선수들이 강한 서브를 때리니까 나도 서브에서 효율을 가져가고 싶고 블로킹 타이밍도 더 변화를 주고 싶다. 공격은 지난 시즌 잘 통했으니 그대로 가지만, 강한 서브를 넣는 게 올 시즌 내 목표"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