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금융강국 코리아] <제2부> 글로벌 경쟁력 높여라(1)
- 조직 슬림화에도 해외사업부는 확대 '미래 대비'
- M&A 부작용· 여건 등 면밀히 점검 '돌다리 전략'
지난해 초 시중은행 본점 부서 가운데 유독 바빴던 곳은 해외사업부였다. '자본의 시대'를 맞아 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고 투자기법도 배울 수 있는 해외시장으로 나가자는 움직임이 거셌다.
하루가 멀다하고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 진출 계획이 나왔고, 일부 은행은 상당한 규모의 인수·합병(M&A)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경쟁이 격화되며 '레드오션'으로 전락한 국내시장을 떠나 해외를 개척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욱 힘을 얻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금융위기가 본격화되자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은행의 해외 진출 시도는 '방만'과 '과욕'으로 비쳐졌고, 한 국책은행장은 해외 투자은행(IB) 인수를 추진했다가 큰 곤욕을 치렀다. 은행들은 당초 잡은 해외 진출 계획을 전면 중단하거나 수정했다. 국내은행의 해외 진출 시도는 여기서 중단되는 것일까.
◇"위기를 기회로"=올들어 신한은행은 조직슬림화에 나섰다. 본부조직의 경우 기존 14개 사업그룹이 11개로, 51개에 달하던 부서는 46개로 축소됐다. 또한 영업점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기존 영업점 중 104개 점포가 인근 점포와 통폐합됐고, 본점 근무인력의 10%인 180여명도 일선 영업점에 배치됐다.
정작 이런 개편에도 해외사업 조직은 오히려 확대됐다. 글로벌 영업채널 관리를 맡던 글로벌사업추진부는 '본부급'으로 격상됐고, 글로벌사업지원팀도 별도로 신설됐다.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선진시장이 더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더구나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사업 조직을 강화한 것은 금융권의 주목을 받았다.
신한은행이 외국은행의 M&A에 나설 정도로 해외 진출에 공세적인 것은 아직 아니다. 올해 신한은행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전략적인 중요도가 높은 지역과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만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확보한 해외네트워크를 재구성하고 비즈니스모델을 업그레이드하는, '제한적인' 확장전략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하루 중 가장 어두운 시기가 지나면 곧 밝아지는 것처럼 금융권도 최악이 지난 이후의 상황에 미리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며 "다른 은행들도 다소 위축되기는 했지만 경제회복기의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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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리도 두드린다"=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은 해외 진출과 관련해 '중국-남아시아-독립국가연합(CIS)'을 하나로 묶는 'KB 트라이앵글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현지 은행을 대상으로 M&A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되 여의치 않은 경우 일부 지분투자 또는 지점, 현지법인, 사무소 설립 등을 통해 진출한 후 여건이 성숙되면 M&A를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국민은행은 잘 갖춰진 현지 영업인프라를 일거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M&A가 가장 효율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최근 해외 진출에 신중한 입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됨에 따라 해외진출도 글로벌 금융상황에 따라 신중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국 금융회사 인수에 대해서는 다른 은행들도 대체로 비슷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해외에 곧바로 뛰어들지 않고 M&A의 부작용을 면밀히 점검하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외국은행 M&A가 글로벌은행으로 도약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정보 부족, 정치적 위험, 문화적 이질성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경제위기가 국내은행의 해외 진출에 급제동을 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여전히 활로를 해외시장에서 찾고 있다. 당초 공격적인 M&A를 통해 해외시장에 단번에 나서려 했다면 이번 위기를 겪으며 그 방법과 시기에 변화가 생겼을 뿐이다.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아무리 해외 금융시장이 어려워졌다고 해도 국내 금융시장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며 "성장을 모색하는 국내은행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