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추월한다던 카자흐스탄의 '성장통'

러 추월한다던 카자흐스탄의 '성장통'

알마티(카자흐스탄)=반준환 기자
2009.04.2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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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금융강국코리아] <제2부> 글로벌 경쟁력 높여라(2)

- "괄목 성장" 찬사 3년만에 달러 빚에 위기 초래

- 정부 적극 처방 재도약 꿈틀.. ADB "극복가능"

세계적 자원강국으로 주목받은 카자흐스탄. 그러나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주요 수출품목인 원유는 가격하락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됐고 카자흐스탄 내에서는 부동산가격이 급락한 여파로 금융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4대 주요은행에는 공적자금이 투입됐으며 정부는 경기부양책과 함께 예금보장 한도를 올리는 등 시장안정을 위한 긴급대책을 내놓고 시행 중이다.

"카자흐스탄의 경제발전 속도가 러시아보다 앞서 있다" "5~6년 후 1인당 국내총생산(GDP) 등 전반적인 경제수치가 러시아를 실질적으로 추월할 것"이라던 무디스, 세계은행 등의 찬사가 나온 지 불과 3년 만에 나타난 현상이다.

1000대 이상의 중고차를 보유한 곳이지만 금융위기이후 매매가 뚝 끊긴 카자흐스탄 알마티시내의 중고차시장(위)과 다르게 재래시장은 생필품을 찾는 서민들의 발길이 늘었다.
1000대 이상의 중고차를 보유한 곳이지만 금융위기이후 매매가 뚝 끊긴 카자흐스탄 알마티시내의 중고차시장(위)과 다르게 재래시장은 생필품을 찾는 서민들의 발길이 늘었다.

◇카자흐스탄이 맞은 첫 위기=카자흐스탄 정부가 추진 중인 2차 산업성장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산업생산 성장률은 2006년 5.9%에서 2007년 4.5%, 2008년 2.1%로 하락했다. 정부가 원유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텡게화의 평가절하를 단행하면서 외화차입 비중이 높은 은행들의 부담이 커졌다. 은행들이 올해 만기상환해야 하는 외화차입금은 110억달러에 달한다.

91년 소련에서 독립하며 시장형경제를 도입한 카자흐스탄이 맞은 첫 위기는 만만치 않다. 그러나 현재 위기는 성장통으로, 카자흐스탄의 재도약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위기극복을 위한 즉각적이고 강력한 대책이 진행 중인데다 가시적인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최근 "카자흐스탄의 외채상환은 큰 압박이 될 수도 있으나 극복하지 못할 위기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지 금융인들도 "경제성장에서 한번쯤 겪는 통과의례에 불과하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경제시스템이나 금융제도는 한국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금융시장에 발생한 위기를 진단하고 즉각적인 처방을 내리는 점은 기업 구조조정으로 홍역을 앓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남보다 비싼 카자흐스탄 아파트=카자흐스탄의 최대 도시 알마티. 아스타나로 수도가 이전하면서 주요 기관들은 많이 줄었으나 금융기관 및 기업들이 밀집해 있어 최대 도시의 위상은 여전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부동산가격 폭락과 금융기관 구조조정의 중심지가 됐다.

알마티의 최대 특징은 높은 물가와 부동산가격. 심각한 스모그현상을 일으키는 중질유(리터당 780원가량)와 담배를 빼면 한국보다 물가가 1.5~2배 정도 높다. 알마티시내에서 식사를 하면 1인당 2만원을 넘기는 건 예사다. 생맥주(1잔)와 소주(1병)는 각각 700텡게(6066원) 1000텡게(8666원) 정도다. 서민들은 시내 중심가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외곽 바자르(시장)에서 빵과 야채를 구입해 먹는 게 일상이다.

부동산 거품은 보다 심각했다. 알마티 남쪽에 있는 빙상경기장 인근 메데우 지역이 대표적이다. 이곳의 아파트 분양가격은 3.3㎡당 2만달러로 원화로 환산하면 2600만원 넘는 곳이 많다. 우림건설이 알마티에서 분양한 고급형 아파트 역시 3.3㎡당 분양가가 1만4850달러(1930만원)에 달했다. 이곳에서 아파트를 팔면 한국 강남의 아파트 2채를 살 수 있다는 말도 무리가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임대료 역시 만만치 않다. 시내와 가깝고 주거환경이 좋은 아파트(10㎡ 기준)의 경우 월 임대료가 3000달러(390만원)를 넘는 게 예사다. 1개월 전 알마티에 온 한국인 유학생 조모씨는 "숙소를 알아보고 있는데 임대료가 너무 비싸 고생하고 있다"며 "원룸 임대료조차 1000달러 이하인 곳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금융위기로 실물경제 타격=이같은 상황임에도 금융위기가 시작되자 자산가치가 폭락하기 시작했다. 알마티 한국인건설협회장을 맡고 있는 노화승 HS개발 대표는 "시내 중심가뿐 아니라 주변 지역 중에도 부동산가격이 2007년초 고점 대비 40~50% 이상 하락한 곳이 많다"며 "상가가격은 10%가량 떨어졌으나 오피스텔과 주택가격은 각각 50% 이상 하락했다"고 전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단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바지스A'라는 현지 건설사는 알마티시청 앞 대규모 지하상가 공사를 낙찰받았으나 수개월째 공사를 진행하지 못해 상가개발이 중단될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알마티 곳곳에는 펜스만 쳐놓고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는 곳이 상당하다.

이에 따라 은행권 연체율도 급등했다. 지난 연말 기준 카자흐스탄 은행들의 무수익여신(NPL) 비율은 8%를 넘어섰고 연체율은 이보다 심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스카르 우르템바예프 금융인연합회 본부장은 "수년간 건축붐과 부동산가격이 치솟으면서 은행들의 대출이 급증했다"며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해외 금융기관들의 차입금 회수가 카자흐스탄 은행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큰 타격을 미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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