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디자이너 열전]<1>공신닷컴 강성태 대표와 멘토들

"온라인 상담했던 학생한테 받은 선물이에요. 아까워서 바지 뒷주머니에 넣지 않고 들고 다녀요."
공신닷컴 학습전략연구소의 이종민 소장(28)이 지갑을 꺼내 탁자에 올린다. 반질반질한 명품 무늬 지갑. 이런 건 여자친구한테나 받는 선물이 아닌가.
"목도리도 받았어요. 그건 아까워서 포장을 뜯지도 않고 방 안에 모셔놨어요. 가정이 평온하지 않아 많이 방황하던 아이였는데 저랑 상담하면서 마음을 잡았어요. 쌍둥이 언니랑 같이 진주에서 서울까지 올라와서 선물을 주더군요. 지금요? 재수해요."
이 소장은 아이들에게 "반드시 명문대에 가라, 대학에 가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공부를 많이 할 수록 내 꿈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다"고 말한다.
"학생인 이상 눈앞에 있는 최우선의 과제는 공부입니다. 공부를 포기했던 아이들한테 저는 지금 이 '눈앞의 과제'를 정면으로 돌파해야 앞으로 인생에서 어떤 시련이 닥치더라도 맞서 싸울 수 있다고 말해주곤 합니다."
◇"일하는 게 아니라 놀다 간다"=공신닷컴(www.gongsin.com)은 공부법을 가르치는 사회적기업이다. 지난해엔 서울시 우수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다. 2010년엔 TV드라마 '공부의 신'에 공부법을 자문했다.
이들이 쓴 책 <공부의신>, <강성태의 공부혁신>은 국내 인기에 힘입어 중국, 대만으로 수출됐다. 지난해엔 <돈 없이 공부하기>를 발간했다.
공신닷컴 사이트에선 강성태 대표(29)를 포함해 7명의 임직원, 400여명의 대학생들이 23만 명 회원들의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모든 서비스는 저소득층 가정·고령자·장애인·다문화가정 등 소외층엔 무료다. 2008년 설립 후 지금까지 3600명의 '공신 장학생'이 무료 지원을 받았다.
멘토들이 하는 일은 '공부법 상담'보다는 '인생 상담'에 가깝다. 공신닷컴 사이트 메인 메뉴 중 하나가 '고민 상담'이다. 가장 위에 '연애상담' 코너가 있고 다음이 진로, 학습, 생활 상담이다. 입시 상담과 학부모 상담은 맨 아래에 있다.
아이들을 1대1로 상담하고 고민을 해결해준다는 게 어디 보통 일이랴. 입사 3년차인 고승진 멘토링 팀장(35)은 한 달 내내 꼬박 막차를 타고 퇴근한 적도 있다. 원래 공신닷컴은 주5일제 근무와 6시 퇴근을 보장하지만, 고 팀장은 "일하는 게 아니라 놀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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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니까 일하는 게 아니라 노는 것 같아요. 가장 재미있는 건 팟캐스트에 연재하는 '나는 고민남이다' 촬영이에요. 이종민 소장과 유상근 공신, 저 이렇게 3명이서 MC를 보는데 그것만 하고 있으면 웃음이 끊이질 않아요."
◇남자가 반한 남자의 꿈=고 팀장은 강 대표에게 '반해' 이 길에 들어섰다. 2008년에 TV에서 강 대표를 본 후, 회사를 그만 두고 <시험의 기술>이라는 책을 썼다. 강연 활동하던 그는 자연스럽게 강 대표를 만나게 되었고, 먼저 "같이 일하고 싶다"고 청했다.
고 팀장의 꿈은 "대한민국을 꿈꾸는 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꿈이 있고 열심히만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나라다. 그는 "나중에 고졸들로만 이루어진 회사를 세워 대학을 안 나와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 팀장을 반하게 한, 강 대표의 꿈은 뭘까. 강 대표는 그 꿈을 한 자, 한 자 손으로 종이에 적어 곱게 코팅했다. 고쳐 쓰고 또 고쳐 써서 100번 넘게 옮겨 적었다는 글이다.
"우리 공신은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에게 공신 멘토 한 명씩 만들어 준다. 돈이 많든 적든 시골에 살든 도시에 살든 누구나 혼자가 아니며 멘토를 통해 자신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과 꿈을 이루는 구체적인 방법을 배울 수 있다.(하략)"
강 대표는 2001년 수학능력시험에서 전국 0.01% 들었던 원조 '공부의 신'이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재학 중 교육봉사 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하다가, 2007년 MBC 예능프로그램 '공부의 신'과 '공부의 제왕'에 출연해 유명해졌다.
◇정당 비례대표 거절, 왜?=얼마 전, 그는 다른 일로 유명세를 탔다. 총선을 앞둔 3월 초, 새누리당이 정당 비례대표 후보로 강 대표를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것이다.
청년들은 충격을 받았다. 강 대표가 롤모델이라는 한 소셜벤처 창업자(29)는 "교육 문제 해소를 주장하더니 국회의원 추천 받으려고 그랬나 싶어 보도를 본 후 한 동안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대표가 마음이 아예 흔들리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제안을 전화로 연락 받은 직후엔 '내 꿈을 이루려면 정책 입안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국회를 권하는 공신닷컴 직원들과 회원들도 적지 않았다.
그는 빌 드레이튼 아쇼카 창립자에게 이메일로 상담을 청했다. 드레이튼은 사회 변화의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아쇼카'를 1978년 창립한 이래, 변함없는 활동으로 '사회적기업의 구루'로 칭송 받는 인물이다.
고희(古稀)의 구루는 조언 대신 일화를 들려줬다. 하버드대 졸업생들의 삶을 추적해 현재 상황을 분석하는 연구가 있었다. 졸업생의 주변 사람은 그가 하려는 일에 따라 달라졌다.
드레이튼은 "정치를 한다는 건 권력을 지향한다는 것"이라며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 주변엔 그러한 사람이 몰리고, 권력을 지향하는 사람 주변엔 그러한 사람이 몰린다"고 덧붙였다. 그 이메일을 읽은 후, 강 대표는 '사회적 기업가'를 선택했다.
그의 꿈은 "빈부와 지역에 상관없이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에게 공신 멘토 한 명씩 만들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도 이 길이 맞는지 몰라 외로울 때가 많다.
"우리와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이 더 필요해요.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라면 회사 이전에 '가족'과 같은 존재에요. 그런 분들과 함께 언젠가는 교육 불평등, 사교육 과열문제를 해소하고 싶어요."
[팁]돈 없이 공부하는 법(자문: 공신닷컴 이종민 소장, 고승진 팀장)

▷영어 등 외국어=무료 기회를 잡아라. EBS 강의를 전략적으로 잘 이용한다면 충분히 실력을 늘릴 수 있다.
▷선행학습 따라잡기=일부 학교에선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했다는 전제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 경우엔 한 학기 정도 선행학습을 하는 것이 좋다. 너무 앞서가면 학교 수업에 흥미가 떨어진다. 미리 한 공부는 역설적으로 현재의 공부를 망가뜨리는 경향이 있다.
▷복습하기=과도한 선행학습으로 현재 진도조차 소화하지 못하면 공부에 '구멍'이 난다. 예습보다는 복습 즉 자신이 배운 것을 완전히 습득하는 것이 100배 더 중요하다.
▷사교육 줄이기=공신닷컴에서 자원봉사 멘토 즉 공신들 중엔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 명문대에 진학한 사람이 꽤 많다. 수능 공부엔 많은 돈이 필요치 않다.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면 된다.
▷기출문제 얻기=공신닷컴의 '공신로드'엔 수많은 공신들이 공유한 공부법, 기출문제들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공신 장학생'한테 무료로 제공된다. 공신 장학생 대상은 저소득층 가정, 탈북자, 고령자,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각종 소외층이다.
▷기초체력 쌓기=스포츠 선수에 비유하자면 초중고 시절의 공부는 기초체력 쌓기와 같다. 어떤 스포츠 선수가 되든 달리기, 윗몸 일으키기, 팔 굽혀펴기로 기초체력을 쌓듯, 어떤 공부를 하든 공부법 익히기는 기본이다. 각 과목별 지식을 외우는 것보다는 자신만의 공부법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방법을 터득하면 대학 진학을 하지 않더라도 무슨 일로든 성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