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지 패러디에 "현장은 더 심해"...악성민원 출발지는 '유치원'

이수지 패러디에 "현장은 더 심해"...악성민원 출발지는 '유치원'

황예림 기자, 정인지 기자
2026.05.25 07:30

[MT리포트]민원에 쓰러진 공교육③

[편집자주] 클릭 한 번이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민원을 넣을 수 있는 세상이다.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운동회와 소풍, 학급 배정과 수업 방식에 이르기까지 학교 현장은 온갖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일단 민원이 제기되면 시시비비를 떠나 학교는 무조건 '대응'해야 한다. 교사들의 시간과 열정이 행정으로 낭비되면 행사 취소, 담임 교체, 젊은 교사들의 퇴직이라는 교육 공백으로 돌아온다. 비상식적이고 불필요한 민원으로부터 교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실질적인 법적 보호장치를 고민해야 할 때다.
최근 방송인 이수지가 유치원 교사의 일상을 패러디한 영상이 조회수 1200만회를 넘기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상에서 유치원 교사 김민지씨는 '아이에게 약을 먹여달라'는 학부모의 요구에 "잘 챙겨 먹이겠다"고 답했다./사진=방송인 이수지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최근 방송인 이수지가 유치원 교사의 일상을 패러디한 영상이 조회수 1200만회를 넘기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상에서 유치원 교사 김민지씨는 '아이에게 약을 먹여달라'는 학부모의 요구에 "잘 챙겨 먹이겠다"고 답했다./사진=방송인 이수지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선생님께서 하준이랑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셨다면서요?"(학부모)

"어머니~ 당치도 않아요. 저희는 정서 보호 차원에서 무승부로 결과를 맺고 있거든요."(유치원 교사 김민지씨)

최근 방송인 이수지씨가 유치원 교사의 일상을 패러디한 영상이 조회수 1200만회를 넘기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상 속 교사는 하루 종일 아이들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고 아이들이 모기에 물릴까 노심초사한다. 그 와중에도 학부모 전화는 쉴 새 없이 걸려온다. 현직 유치원 교사들은 "실제 현장은 영상보다 더 심하다"고 입을 모은다.

학부모 민원이 초·중·고교에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교육 현장에서는 '민원의 출발점은 유치원'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치원도 교육청 관할로 교사들은 초·중등과 동일한 교권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원아의 70%가 사립유치원에 다니고 있어 상대적으로 민원에 취약하다. 유아기부터 교사와 학부모 간 적정한 관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초·중·고교에서도 민원이 일상화되는 문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육아정책연구소의 '영유아 주요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유치원에 다니는 원아 49만8604명 가운데 70.8%(35만2961명)는 사립 유치원에 재원 중이다. 지난달 기준 유치원 수는 국공립 4377개·사립 2775개로 국공립이 더 많지만 실제 취원율은 사립 유치원이 압도적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사립 유치원은 학부모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서비스 경쟁이 높은 편이다. 덕분에 '좋은 프로그램이 많다'는 평가도 받지만 학부모를 사실상 '고객'처럼 대하게 되고 교사들도 각종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고용 안정성에서도 차이가 크다. 국공립 유치원 교사는 교육공무원 신분으로 인건비를 국가가 전액 지원하지만 사립 유치원 교사의 인건비는 유치원이 원비를 기반으로 자체적으로 지급하고 교육청은 일부만 지원한다. 사립 유치원은 기간제·계약직 비중이 높으며 1년 단위 계약이 흔하다.

수도권 한 사립유치원의 6년 경력 교사 A씨는 "사립유치원 교사들은 원장의 지시에 따라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한다"며 "유치원은 보육에서 교육으로 넘어가는 과정인데 아이돌보미처럼 사소한 요구도 다 들어줘야 하고, 사진 요구도 많다"고 말했다.

군포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근무하는 김원배 교사는 "사립유치원은 '한약을 시간 맞춰 먹여달라', '선크림 발라달라' 같은 사소한 요구도 모두 수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반면 국공립유치원은 학교 운영 원칙이 적용돼 민원을 거절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고 학부모들도 그걸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도한 요구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선을 긋는 문화가 형성돼야 초등학교 진학 후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각 시·도교육청은 유치원에도 동일하게 교권 침해 및 악성민원에 대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실제 이용률은 낮은 편이다.

한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 교사 수가 초·중·고교보다 적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동학대 민원 등으로 교육청에 교권 보호 지원을 신청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사립 비중이 높아 내부에서 타협하거나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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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림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황예림 기자입니다.

정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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