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희의 러시아 이야기]<35> 러시아 노보데비치 여자수도원

추위가 살을 에이는듯하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연현상으로 더위와 추위가 순리적으로 찾아오면 그래도 삶의 지혜로 잘 버텨내고 이겨낸다.
올해는 일찍 추위가 닥쳐왔고 이제 겨울은 깊어가고 있다. 우리는 추위에 대비해야 하고 또 그 추위를 헤쳐 나가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러시아의 추위는 아예 ‘춥다’라는 명제 하에 당연시 된다. 그러니까 러시아는 아주 당연히 춥기 때문에 전 국민이 철저히 몸의 보온에 신경을 쓴다. 러시아에 살 때 러시아 사람이나 고려인들이 겨울에 한국을 다녀오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왜 한국 사람들은 겨울에도 모자를 쓰지 않나요? 한국에 가서 정말 추워서 모자를 쓸려고 보니 아무도 모자를 쓰지 않았더군요. 그래서 모자를 쓰는 게 멋쩍어 맨머리로 다니는데 정말 추웠어요.”
맞는 말이었다. 지금은 젊은 사람들이 모자를 많이 쓰고 있다. 그러나 예전에는 그대로 다녔으니 추운 곳에 산다는 러시아 사람들이 눈치 보느라고 모자를 쓰지 않아 머리털 빠질 뻔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소를 금치 못했었다. 한국의 겨울바람은 생각보다 훨씬 차갑다. 그래도 한국 사람들이 모자와 털부츠 없이 잘 지내는 걸 보면 추위에 맷집이 있는 듯하다.
러시아 라는 나라도 왕족과 왕족끼리 그리고 외세와 맞물려 정치적으로 혹독한 겨울 칼바람을 일으킨 경우가 많다. 칼바람은 필연적으로 패배자가 유폐되거나 사형을 당하거나 둘 중 하나로 귀결이 난다.
모스크바 시에 있는 “노보데비치 수도원”이라는 아주 유명한 여자 수도원이 있다.
16-17세기 사이에 지어진 최고의 건축물로 꼽히는데 이는 모스크바 바로크 양식으로 훌륭하고 아름다운 종교 건물로 최초의 석조건물이기도 하다.
“노보데비치 수도원”은 12개의 탑이 있는 높은 측벽으로 견고하게 둘러싸여 있으며 성벽은 웅장하고 붉은 벽돌로 되어있으며 흰색으로 장식되어 있다. 종탑은 72m 높이 5단이며 수도원 안은 2개의 축(동-서, 남-북)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몰렌스크 대성당은 천장이나 벽에도 정교한 장식과 아름다운 그림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성모 마리아 성화를 기리기 위한 곳이기도 하다.
이 수도원은 도시배치의 시각적 연결과 건축공간의 배치를 강조한 것으로 유명하고 크렘린 궁전이 간직한 정치 문화적 특성을 통합한 장소이며 16-17세기의 러시아 역사와 러시아 정교회와도 깊고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유서 깊은 건축물이다. 그리고 주변에 큰 공원과 호수를 끼고 있어 외부로부터 침입을 막아주지만 주변의 아름다움은 강조되고 있다. 이런 이름다움과 역사성 등을 이유로 “노보데비치 수도원”은 2004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독자들의 PICK!

이 수도원은 모스크바 강 가까이 있는데 1524년 모스크바 대공 바실리 3세(잔인하고 폭군이었던 이반 뇌제의 아버지)폴란드령이었던 스몰렌스크를 탈환하고 이를 기념하고자, 그리고 전쟁 중에는 요새의 역할을 하려고 지은 건물이었다. 처음에는 황족이나 귀족 여인들의 휴양지였으나 100년이 지나자 짜르 일가나 명문귀족들의 자녀가 은둔하거나 유폐당하는 곳으로 되어 버렸다. 정치에서 정적들의 가혹함이란 자비심이나 너그러움은 찾아볼 수 없다. 오직 정적을 찾아내 물어뜯고 죽이는 사냥개와 같은 감각만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도원에서 가장 대표적인 유폐인은 아마 ‘소피아 공주’일 것이다. 소피아 공주는 러시아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주로 꼽히는 표트르 대제(1682-1724)의 이복누이다.
‘표트르 1세’는 로마노프 4대 황제인데 크렘린에서 소피아 공주의 궁중혁명으로 열 살 때 쫒겨난 뒤 왕족의 정규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는데 아주 총명하고 건강하고 초인적인 에너지를 가진 인간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극적으로 크렘린에 귀환하여 이복형과 소피아 공주와 함께 왕권을 가졌으나 실제로 표트르는 실권이 없어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다가 오스만 제국과의 싸움에서 소피아 공주가 대패하자 이를 계기로 정권을 장악하게 된다.
그리고 곧바로 소피아 공주를 “노보데비치 수도원”으로 유폐시키고 평생을 그곳에 갇힌 채 한 많은 세월을 보내며 결국 그곳에서 숨을 거두고 시신도 수도원에 묻히게 되었다. 수도원에는 왕족과 귀족들의 무덤과 유명한 정치가 예술인들의 무덤도 같이 있다. 고골과 안톤 체홉도 있으며 스크랴빈도 있다.
필자는 “노보데비치 수도원”을 돌아볼 때마다 권력의 덧없음을, 권력의 허망함을 느끼곤 했다. 그래서 수도원 위로 비치는 파란 하늘을 꼭 쳐다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