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취업 불가하나 일반 직원은 제한 근거 없어
퇴직후 팀장·전문위원 사례 속출… 지배구조 허점
'규정 내 행동일뿐' '직급무관 페널티' 주장 엇갈려
미공개 정보이용 등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수년간 취업이 제한된 임원이 제약 없이 일반 직원으로 재취업을 하고 있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의 제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무상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사적 투자는 이재명정부가 "엄벌제재"한다고 공언했으나 실제 현장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타이거자산운용투자일임(이하 타이거자산운용)의 A대표(2025년 당시)는 지난해 1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3개월 직무정지를 받고 4년간 금융회사 재취업 제한이 걸렸지만 같은 회사의 운용인력(팀장)으로 현재 근무 중이다. A씨는 이 회사 설립 초기부터 지난해 말까지 임원이었고 지분 99%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타이거자산운용은 순이익 기준 사모펀드업계 1위사며 운용자산은 3조9249억원에 달한다.
A씨는 직무정지 3개월 종료 후 지난해말 CEO(최고경영자) 임기만료와 동시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배구조법에 따라 3개월 직무정지를 받으면 금융회사 임원으로 4년간 재취업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A씨가 고객의 재산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며 중징계했다. 본인을 포함한 회사 임직원 및 지인으로 구성된 개인투자조합을 설립, 내부자료를 활용해 주식과 채권에 투자했고 A씨 개인명의의 계좌로도 수차례 투자했다가 금감원에 적발된 것이다.
중징계를 받았지만 A씨는 CEO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같은 회사에서 운용역(팀장)으로 일한다. 법상 CEO 등 임원이 중징계를 받으면 금융회사 임원으로는 취업이 제한되지만 일반 직원은 막을 근거가 없다. A씨는 재취업 당시 최대주주였다.
일반 직원으로 취업을 했더라도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업무집행 책임자)했다면 취업제한 규제를 받는다. 실제 문책경고를 받은 금융회사 임원이 퇴직 후 금융회사 전문위원으로 재취업했다가 금융당국이 "업무집행책임자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며 임원자격에 저촉된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이에 대해 타이거자산운용 관계자는 "다른 회사도 중징계를 받은 임원이 직원으로 강등돼 근무한 사례가 있다"며 "A씨는 현재 경영을 하지 않고 운용만 하기 때문에 규정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중징계를 받은 CEO이자 최대주주가 일반 직원으로 재취업한 것에 대해 금융권의 시각은 엇갈린다.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는 만큼 규정을 위배하지 않는다면 동일업무를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한양증권은 2024년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련 사익추구로 검찰에 통보된 이력이 있는 직원을 채용했다. 다만 해당 직원은 취업제한이 걸린 임원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한양증권의 사례를 계기로 제재이력이 있는 직원의 채용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지만 제재근거가 부족해 내규상의 채용기준 강화를 요구하는 수준에서 조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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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정보를 활용한 사익추구 사유로 제재를 받았는데 고객의 돈을 운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직급과 상관없이 '페널티'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나 보험 등의 타 업권은 취업심사 과정에서 제재나 위법이력을 철저하게 따지는 데 반해 금융투자업계는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며 "지배구조법상의 허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