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적 혼란과 경기 침체, 대형 참사까지 겹치면서 연말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올해 유통가의 신년 마케팅까지 자취를 감추고 있다. 특히 정부가 다음달 4일까지를 국가 애도 기간으로 결정하면서 유통업계는 계획한 새해 카운트다운, 신년 프로모션 등 대규모 마케팅 행사를 모두 취소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푸른 용의 기운'을 담은 음료와 디저트를 선보였던 스타벅스는 이날 진행 예정이었던 첫 방문 음료 제공 이벤트를 취소했다. 국가 애도 기간을 고려해 뉴이어·해리포터 협업 상품 선판매 일정을 연기한 데 이은 조치다.
스타벅스는 이날 자사 앱을 통해 "국가 애도 기간을 고려해 1월 1일 진행 예정이었던 첫 방문 음료 제공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스타벅스는 매년 새해 첫날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선착순으로 음료를 무료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해왔다.
실제로 올해 들어 신년 관련 유통업계의 마케팅이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이다. 일부 편의점업계와 식음료 업계가 푸른 뱀을 활용한 기획 상품을 출시했지만, 그마저도 적극적은 광고 마케팅은 자제하고 있다. 더불어 대형 유통업체나 백화점은 신년 관련 이벤트를 취소하거나 축소했다.
업계는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두고 정치·사회적 분위기를 꼽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연말연시는 새해를 맞이하면서 들뜨고 설레는 분위기로 소비가 진작되는 시기였다"면서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 탄핵정국에 대형 참사까지 겪으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 모두가 마케팅을 자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 신세계 스퀘어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2025 카운트다운 쇼 라이트 나우'도 취소됐다. 또 매년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었던 카운트다운 행사도 열지 않았다. 대신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의미에서 타워의 모든 외관 조명을 소등하고 상부에 백색 조명을 점등했다. 롯데월드와 에버랜드도 퍼레이드와 불꽃놀이 등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실제로 계엄 사태에서 비롯된 탄핵정국, 대형 참사가 벌어진 연말을 맞으면서 신년에 대해 낮아진 기대감은 뉴스 데이터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빅카인즈'에 따르면 12월 한 달간 신년 띠 '을사년(푸른 뱀의 해)'을 언급한 기사는 1148건으로 지난해에 '갑진년(푸른 용의 해)'을 언급한 횟수(2555건)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이에 앞선 △2022년 '계묘년(검은 토끼의 해)'은 2182건 △202년 임인년(검은 호랑이의 해) 1758건 등 보다 확연하게 낮은 수치다.
일반적인 성수기로 분류된 연말연시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당분간 유통사들의 매출이 감소하는 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2014년 세월호 참사, 2022년 이태원 참사 당시 기업과 가계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경제심리지수(ESI)가 참사 영향이 반영되는 익월에 전월 대비 하락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