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로봇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통과 이후 만난 한 대기업 임원이 깊은 고민 끝에 내놓은 말이다.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개정안은 노사 현장에 적잖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계약 체결 여부와 관계없이 근로조건 결정에 실질적·구체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자'로 확대하면서 분쟁의 불씨를 남겼다. 곧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진다.
고용노동부의 지침이나 법원의 판례가 자리를 잡기 전까지 기업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으로서는 사람이나 하청업체를 쓰는 부담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인력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인 로봇과 AI(인공지능)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부분 원하청 구조인 콜센터는 이미 부분적으로 AI를 도입한 기업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제조 현장 역시 피지컬 AI의 발전으로 로봇이 더 정교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인력을 대체하는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실제 국내 기업이 해외에 새로 짓는 공장들은 생산라인 설계 단계부터 로봇을 중심에 두고 있다.
예컨대 물류창고는 이미 무인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DHL은 미국 네바다주 물류센터에 다기능 협동 로봇 '카터(Carter) 플랫폼'을 도입해 상품을 선별하고 집어 오는 작업의 생산성을 불과 몇 주 만에 60% 이상 높였다. 카터를 생산하는 AI 자동화 기업인 '로버스트.AI(Robust.AI)'는 증가하는 수요에 대만의 폭스콘과 제조 파트너십도 맺었다.
물론 로봇이 모든 인력을 대체할 수는 없다. 대만 폭스콘 류양웨이 회장은 지난 5월 '컴퓨텍스 2025'에서 "AI와 로봇이 업무의 80%를 맡을 수 있지만, 나머지 20%는 숙련된 기술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AI와 숙련된 노동력의 조화가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핵심이라는 뜻이다. 향후 근로환경의 방향이 될 수 있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가 최근 발간한 '백서 2025'는 "노동조합법 제2조 개정안의 단서 조항이 전체 근로자와 미래 세대의 일자리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근로환경 개선은 환영할 일이다. 다만 기업의 채용환경도 급변한다는 점에서 정부도 이에 맞춘 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