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진동영 기자 =

올 한 해 대권 지형도는 참으로 드라마틱했다. 무협지에 비유하자면 '무림 초고수'인 박근혜 한나라당전 대표에게 수많은 협객들이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무참히 패배하다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라는 재야의 '은둔 고수'가 불식간에 등장해 각축전을 시작한 상황이다.
두 사람은 지금도 매주 여론조사 추이로 엎치락 뒤치락 격전을 벌이고 있다. 올 한 해동안 대권 지형도를 둘러싼 여론 추이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리얼미터의 지난 11개월간 주간 정례 다자간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공고한 지지기반 '절대 강자'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지난 1년간 우선 눈에 띄는 가장 큰 특징은 이 기간의 대부분을 1위로 독주해온 박 전 대표의 굳건하면서도 안정적인 지지세다.
박 전 대표는 1월 3일 새해 첫 여론조사 발표에서 32.5%의 지지율을 기록한 뒤 꾸준히 3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해왔다. 가장 높았던 것은 1월 10일의 36.0%였고 가장 낮았던 것은 10월 31일의 26.1%였다. 1위를 내준 것은 고작 4주에 불과했다. 그나마 박 전 대표에게서 한 번이라도 1위를 뺏어본 이는 안철수 원장 한 명 뿐이었다.
안 원장을 제외하고 지지율 10%대를 넘겨 박 전 대표와 합을 겨뤄본 후보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한명숙 전 총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네 명 뿐이다.
◇유시민·손학규·문재인, 치열한 야권 내부 경쟁
연초에는 야권 진영에서 절대 강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유 공동대표가 10% 초반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유 공동대표는 당시 친노세력을 규합해 대권주자로 나서겠다는 복안을 발표해 20~30대 젊은 유권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유 공동대표는 1월 17일 12.6%, 2월 7일 13.3%, 3월 7일 15.1% 4월 18일 13.9% 등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유 공동대표는 특히 국민참여당의 창당이 가시화된 3월 들어 15%대의 고공 지지율을 기록하며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 부상했다. 유 공동대표는 4·2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후보 단일화에 적극 나서며 본인이 직접 경기도지사에 나서고 경남 김해을에서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는 등 파죽지세의 행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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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두자릿수 지지율에 미치지 못하던 손 대표는 그러나 4월 27일 '천당 아래 분당'이라며 한나라당이 자신만만해하던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패한 유 공동대표를 뛰어넘었다. 유 공동대표는 단일 후보로 나선 이봉수 후보마저 패배, 참여당 원내 진입 실패로 정치적으로 큰 아픔을 겪으며 대권후보 경쟁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문재인 이사장은 친노 진영의 결집과 함께 대표적 친노 주자로서 조금씩 대권 주자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5월 23일 조사에서 처음으로 조사대상에 포함돼 3.3%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그는 7월 들어 2위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던 손 대표와 유 공동대표를 오차범위내로 추격하며 부상하기 시작했다. 7월 25일 조사에서 문 이사장은 7.1%를 기록, 손 대표(11.6%)와 유 공동대표(6.7%)와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문 이사장의 경우 6월 출간한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 출간을 계기로 지지율이 급등한 케이스다.
정치 가능성을 계속 부인하던 그는 8월 들어정치 참여 가능성을 내비추기 시작하며 처음으로 야권주자 선두에 올랐다. 8월 8일 조사에서 문 이사장은 9.8%의 지지율로 9.4%를 기록한 손 대표를 처음으로 앞섰다. 이후 문 이사장은 두자릿수 지지율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때까지 어느 후보도 박 전 대표의 아성을 위협하지는 못하고 야권 후보들끼리 경쟁하는 수준이었다. 여권 내에서 대세론을 타고 독보적인 후보로 자리매김한 박 전 대표에 비해 야권 후보들이 난립한 탓도 없지는 않았지만 지난 대선부터 쌓아온 박 전 대표의 지지층이 워낙 공고했다. 이 시기동안 박 전 대표는 별다른 활동 없이 잠행을 거듭하면서도 고공 지지율을 꾸준히 이어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당시 뉴스1과의 통화에서 "야권에서 대세론을 확립하기 위해선 야권 여러 후보들이 포함된 다자대결에서 배 이상으로 상대를 따돌려야 하고, 두번째는 여당 후보와의 가상 대결에서 승산이 보여야 한다"며 "박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가 두 자릿수 이상 뒤지면 어렵다"고 말했다.
◇'대세론' 위협하는 '안풍'…여야 1대1 구도 형성돼
현 정권들어 한 번도 변한적 없는 이같은 구도를 처음으로 뒤엎은 것은 이 시기부터 혜성처럼 등장한 안철수 원장이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히며 정치판에 등장한 무소속 안 원장은 기존 제도정치권에 대한 불신, 새 인물을 갈망하던 여론을 등에 엎고 무서운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당시 시장 후보를 양보한 뒤 안 원장의 대권 후보 이미지는 공고해졌다. 9월 19일 처음으로 이 조사에 포함된 안 원장은 19.9%의 지지율로 단숨에 야권 주자들을 제압하며 박 전 대표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여권에서 '박근혜 위기론'이 대두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당시 안 원장은 1대1 여론조사에서는 박 전 대표를 앞서기도 하는 등 팽팽한 접전 구도를 벌였으나 야권 후보가 난립한 다자구도에서만큼은 '마지막 한 고비'를 넘지 못했다. 안 원장은 10월 들어 야권 후보군 중 처음으로 20% 고지에 오르며 박 전 대표를 턱밑까지 추격하기도 했으나 박 전 대표의 지지층도 20% 후반대의 지지율을 마지노선으로 더 이상 하락을 허용하지 않으며 선두 지키기에 성공했다.
10월 박 전 대표와 안 원장 간 여론조사 추이는 27.4% 대 18.0%(10월 4일), 27.1% 대 21.1%(10월 10일), 28.9% 대 21.5% (10월 24일) 등이었다.
하지만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면서 '안풍'은 기어코 박 전 대표의 아성을 뛰어넘고 말았다. 선거 후 첫 조사인 10월 31일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은 26.3%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26.1%의 박 전 대표를 넘어섰다. 이후 12월 5일까지 5차례 정례 조사에서박 전 대표가 2번, 안 원장이 3번을 앞서는 등 치열한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가장 최근 조사인 9일 국민일보 양자 대결 조사에서는 두 후보가 0.8%P 차(안 원장 41.2%, 박 전 대표 40.4%)로 양자 대결에서까지 두 후보의 박빙 구도를 전개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두 후보를 중심으로 확연하게 결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안 원장이 확실한 대권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 않고 이에 따라 여권에서도 검증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두 사람 간 경쟁구도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긴장감 넘치는 액션물처럼 진행돼 온 대권경쟁이 언제 '반전 드라마'로 바뀔지 모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