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0일 오후 12시31분쯤 부산 연제구에 있는 홈플러스 연산점 지상 5층 주차장에서 SM5 택시가 건물 외벽을 뚫고 도로에서 신호대기중이던 차량 위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택시기사 A씨(70대)가 숨지고 보행자 2명을 포함한 7명이 경상을 입었다. 또 인근에 주차된 차량을 포함해 총 13대의 차량이 파손됐다.
아직 사고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를 계기로 고령운전자의 운전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고령운전자가 일으키는 교통사고가 늘어나며 교통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한편으론 고령자라도 신체능력과 인지능력이 천차만별인 만큼 이동권과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31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 가운데 가해자가 65세 이상 고령운전자인 사고의 비율은 2016년 11%(2만 4429건)→2017년 12.3%(2만 6713건)→2018년 13.8%(3만 12건)→2019년 14.4%(3만 3239건)→2020년 14.8%(3만 1072건)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사망자가 발생한 교통사고에서 가해자가 65세 이상 고령운전자인 경우의 비율은 더욱 높았다.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가해자가 고령운전자인 경우는 2016년 17.6%→2017년 20.2%→2018년 22.2%→2019년 22.9%→2020년 23.3%였다. 사망 교통사고 가해자 5명 가운데 1명 이상이 고령운전자인 셈이다.
고령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 6시50분쯤 서울 관악구 봉천로에서는 70대 택시기사 B씨가 80대 노인 C씨를 차로 들이받아 숨지게 했다. B씨는 현장을 수습하지 않고 도주했다가 구로구 자택에서 검거됐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두워서 (사망자가) 보이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2일 오후 1시10분쯤에는 부산 수영구 수영팔도시장 입구에서 D씨(80대)가 운전하던 차량이 주차 차량의 사이드미러를 친 뒤 요구르트 배달용 전동카트를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60대 여성 E씨가 현장에서 숨지고, 생후 18개월 된 E씨의 손녀가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고령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의 원인이 모두 규명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령운전자 관련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자 지자체는 운전면허 자진반납을 유도하는 사업을 시행 중이다. 신체능력과 인지능력이 저하된 일부 고령운전자의 운전이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다.
서울시는 2019년부터 운전면허를 자진반납하는 어르신에 대한 교통비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만 70세 이상의 시민이 소지 중인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면 1인당 10만원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지급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 지역 70세 이상 노인 운전면허 반납자는 2018년 1236명에서 2019년 교통카드 지원 사업이 추진된 이후 1만6956명, 2020년 1만4046명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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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에서 면허를 가지고 있는 만 70세 이상 어르신 가운데 약 4% 정도가 면허를 반납했다"며 "올해 예산을 편성해서 발급한 교통카드의 대부분이 소진됐다. 한동안 지원이 끊겼던 외부기관에서 다시 지원을 시작하면서 내년에는 예산이 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운전면허 자진반납 제도와 더불어 검사과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만 고령운전자라도 사람마다 신체능력과 인지능력에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이동권과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방안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고령 운전자는 수십년간 운전했기 때문에 본인이 기기조종이나 판단능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부족하다"며 "적성검사 기간의 간격을 좁히고 치매검사나 안전교육을 병행하는 등의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또 운전면허 반납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부산 택시 추락 사고는 운전자 과실인지 차량 문제인지 밝혀진 바가 없어 단정짓기엔 섣부르다"며 "고령운전자들이 사고를 일으키면 원인과 관계없이 비난받고 있다. 그러나 섣불리 판단하면 고령자의 이동권과 결정권을 제한하게 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고령자의 운전을 제한하면 신체 기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운전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인데 일괄적인 기준을 잡을 수 없게 된다"며 "인구 고령화 문제를 전담하는 정부 기구를 지정하고 고령 운전자 문제가 정말 심각한지를 체계적으로 연구해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