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잔치" 실효성 논란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5개 부처 장관이 10일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일제히 취임식을 가졌다.
그러나 5명의 장관 모두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예외없이 여러 가지 흠결이 드러난데다 일부 인사는 한나라당은 물론 시민단체인 경실련까지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향후 직무수행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개혁을 담당해야할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미납 의혹이 제기되면서 복지부 장관 부적격자라는 지적을 받았고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인사청문회에 대한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인식 차이도 극명하게 드러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절대 부적격' 판정을 내린 김우식 과학기술부총리, 이종석 통일부 장관, 유시민 복지부 장관 등을 노무현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한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반면 청와대는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참고사항일 뿐 국무위원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야당의 비난에 불쾌한 표정이다. 야당은 "국회 의견을 반영하지도 않을 거면 인사청문회는 왜 했냐"는 입장이고 청와대는 "인사청문회는 공개 검증 과정인데 (야당이) 정쟁의 기회로 이용했다"는 태도다.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왜 하나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노 대통령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부총리 내정자와 정부 고위직 인사들의 부동산 투기, 자녀 문제 등이 불거지자 국회에 인사청문회를 요구하며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국회만큼 공식성과 절차의 엄격성을 충족시킬 곳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에 인사청문회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국무총리나 대법원장처럼 국회의 동의나 승인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국회의 의견일 뿐이다.
인사청문회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판단일 뿐 인사청문회 자체는 아무런 법적 구속도 없다. 이 때문에 관련 법안이 마련될 때부터 국회는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면서 대통령과 '인사 책임'만 나눠가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실제로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청와대가 독선과 오만으로 '그들만의 잔치'를 벌였다"며 대통령이 받아들이지도 않을 인사청문회는 왜 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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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오히려 "인사청문회 과정이 정쟁의 기회로 왜곡되거나 변질되는 현상도 있어 아쉬웠다"며 "앞으로 운영에 있어 좀더 다듬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도 "흠결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전제한 뒤 "국회의 지적 사항이 장관 직무수행 과정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그대로 임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이 인사청문의 실효성에 대해 문제를 삼는데 대해서도 "공개적인 절차를 거쳐 국무위원 후보자를 엄격하게 검증했다는데 의의가 있으며 여러 가지 제기된 문제는 본인뿐만 아니라 공직 희망자에게 준법과 자기관리를 촉구하는 좋은 계기를 기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사청문, 앞으로 달라져야 하는 것들
한나라당은 국회 인사청문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국회 해당 상임위 청문위원들의 표결로 국무위원의 인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내에 제출하기로 했다.
현재 법에 따르면 여야 의원들은 인사청문회에 대해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고 제기된 여러 가지 의견만 모아 청문회 경과 보고서로 작성, 정부에 보내도록 되어 있다.
김완기 인사수석은 한나라당의 움직임에 대해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국회 동의나 승인 제도처럼 운영하려는 것은 입법 취지에 어긋나며 헌법이 정한 권력분립의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취합된 결론을 반영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본다"며 "인사청문회 관련 법안을 국회에서 보완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헌법의 테두리내에서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인사검증이 강화되고 인사청문회 운영 방안이 좀더 다듬어질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검증에 6∼7개월을 소요하며 과거 20년전의 행적까지 철저히 조사한고 있다. 반면 현재 청와대의 인사검증은 기본검증이 일주일, 정밀검증이 5∼6일밖에 되지 않아 너무 짧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인사청문회 운영도 정치적인 공세의 기회가 아니라 장관 내정자의 직무수행능력과 도덕성을 검증할 수 있는 자리로 건전하게 발전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으로 현직 장관과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장관 내정자가 공존하는 '1부처 2장관'이 부처 업무에 혼선이나 지연을 초래하지 않고 정착될 수 있는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
장관 내정부터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 임명될 때까지 한달 가량이 소요되면서 주요 정책 결정이 지연되거나 떠날 장관과 내정자에게 대한 이중보고로 행정력이 낭비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1부처 2장관'에 대한 행동지침을 내려보냈으나 좀더 현실적으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높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내정 때부터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2개월 이상이 걸리기도 했으나 이 기간 동안 '1부처 2장관' 체제는 무난하고 원활하게 운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