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MBA생이 밤 잠 설친 이유는?

카이스트MBA생이 밤 잠 설친 이유는?

배준희 기자
2011.05.0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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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발족 카이스트학생투자펀드

"최근 일본 대지진으로 에너지 산업, 특히 원전 산업 분야의 경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원전 산업에 미칠 영향을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41개의 모니터를 마주하고 있는 학생들이 모두 한 곳을 응시했다. 일본 지진 등 국제정세가 국내 주식 시장 및 산업분야에 미칠 영향 분석의 발표를 맡은 전략팀은 침이 꼴깍 넘어갔다.

지난달 29일 서울 동대문구 홍릉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금융전문대학원의 로이터 트레이딩 룸은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했다.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의 로이터 트레이딩 룸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의 로이터 트레이딩 룸

복잡한 수식과 수치를 자유로이 갖고 노는 이들은 '카이스트학생투자펀드(KSIF)'를 운용하는 대학원생들이다. KSIF는 2008년 2월 발족됐다. 이론과 실무능력을 온전히 갖춘 금융전문가 양성을 위해서다. 서남표 총장은 종자돈으로 선뜻 10억원을 내줬다.

김동석 교수가 KSIF지도교수를 맡았다. 김 교수는 금융공학, 위험관리, 투자 등에 관한 전문가다. 그는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에서 'Aztec Equity Fund'라는 학생투자펀드를 직접 설계, 지도한 경험을 갖고 있다.

KSIF는 금융전문대학원생과 경영공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조교 등 20여명으로 구성된다. 가치주에 투자하는 주식1팀, 성장주를 공략하는 2팀,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대안투자팀, 시장상황을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전략팀 등으로 나눠진다. 각 팀당 배분액은 약 1억5000~2억원.

이들은 매주 금요일 로이터 트레이딩 룸에 모여 전략회의를 연다. 회의 때는 예비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의 눈빛이 매서워진다. 10억원의 투자전략을 두고 날선 말의 공방이 벌어지기도 한다. 금융 교과서에 없는 돌발변수가 등장했을 때 전략회의의 분위기는 엄숙해진다.

KSIF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 2008년 4월 17일부터 지난 3월 16일까지 오히려 585만여원을 손해봤다. 수익률은 -0.59%. 3월 현재 펀드 잔액은 9억9414만여원이다. 수익률만 보면 투자펀드라는 이름에는 맞지 않는다.

이는 학생투자펀드 특성에 맞게 당장의 수익률보다는 교육에 주력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눈앞의 수익을 학생들에게 요구하지 않는다"며 "외국 학술지 등에 인용되는 최신 투자모형이나 기법 등을 활용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펀드의 문화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펀드의 손실에 무감한 것은 결코 아니다.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대안투자팀은 주로 미국시장에서 원유 등의 해외 선물거래를 한다. 새벽에도 해외선물거래를 돕는 금융회사 담당자의 전화를 받는 올빼미 생활을 하기도 한다. 깜빡 졸다가 '사자(Buy)'주문을 '팔자(Sell)'주문으로 잘못 내는 경우도 생긴다.

김 교수는 "팀원들이 자기 잘못으로 손실이 나거나 하면 속이 상해 밤새도록 잠을 설치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KSIF의 가장 큰 장점은 교과서 상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당당하게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측 불가능한 금융시장의 돌발변수에 대응하며 시장예측에 맞게 투자전략을 짜는 경험이 큰 의미가 있다는 것.

KSIF 출신들은 이같은 경쟁력을 십분 활용, 금융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수의 KSIF출신들이 한국투자공사, 메리츠 증권 시스템 트레이딩 본부, 농협중앙회 주식운용팀 등 현업에서 활동 중이다.

졸업 후 인수합병(M&A) 및 기업공개(IPO) 전문가를 꿈꾸는 홍순원씨(31)는 "이론과 실무 모두를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 KSIF만의 장점"이라며 "금융 현장에 나가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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