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효치 문협 이사장 "'육당·춘원문학상' 계획대로 한다"

박다해 기자
2016.08.05 11:16

"친일행위 비판 마땅, 작품은 독립해서 평가해야" vs "일제의 문필재능 요구에 최선 다한 인물들"

지난 4일 한국문인협회의 육당·춘원 문학상 제정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는 역사정의실천연대 소속 시민단체 회원들. /사진제공=민족문제연구소 공식홈페이지

친일 문인을 미화한다는 역사·시민사회단체의 반발에도 한국문인협회(문협)는 '육당문학상','춘원문학상' 제정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육당 최남선, 춘원 이광수는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사편수위원회', '조선문인협회' 등 대표적인 친일단체에 소속돼 일본을 찬양해 대표적인 '친일문인'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문협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두 문인의 이름을 딴 문학상 제정안을 의결했다.

문효치 문협 이사장은 5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반발 이후에도)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한 것은 없다"며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안을 이사장이 마음대로 번복할 순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임원회의를 소집해 해당 사안에 대해 의논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임원회의의 구체적인 시기는 미정이다.

문협은 최남선, 이광수의 '친일행위'는 인정하되 '작품'은 분리해서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 이사장은 "두 사람의 친일행위는 분명 비판도 하고 반성도 해야 할 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우리나라 신문학 100년의 층이 굉장히 얇은데 두 분의 작품까지 들어낼 순 없다. 풍성한 층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도 평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작품은 독립된 생명체라고 생각한다. 발표한 뒤에는 독자의 것이 된다"며 "작품까지 평가에서 제외하는 것은 한국문학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미지즘'사조를 이끌며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 시인으로 꼽히는 에즈라 파운드의 예를 들기도 했다. 파운드 역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의 파시즘을 지지하는 방송을 해 체포됐지만 그의 작품이 현대문학사에서 갖는 성과는 분명히 평가받고 있다는 것.

문학상이 난립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반드시 권위 있는 상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영상, 전파매체에 밀려 문학이 의기소침해 있는 상황에서 문인들에게 의욕을 북돋아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이사장은 "우리 문학도 여러 층이 있다. 아래층에서 꾸준히 노력하는 무명 문인도 좋은 작품을 쓸 수 있고 그것이 한국 문학의 총체적인 에너지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예정대로라면 문협은 '육당문학상'과 '춘원문학상'은 내년에 처음 시상하게 된다. 두 문학상은 협회 소속 회원을 대상으로 한다. 또 내년에 춘원 이광수의 '무정' 발표 100년을 기념해 심포지엄 등을 여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앞서 민족문제연구소, 민주언론시민연합, 사월혁명회 등 46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역사정의실천연대'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남선과 이광수는 문필의 재능으로 일제가 요구한 '문필보국'에 최선을 다한 인물"이라며 문학상 제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최남선은 조선사편수회 위원으로서 일제의 역사왜곡과 식민사학 수립에 협력했고 '조선문화의 일본화야말로 당면한 문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역설하며 민족문화를 말살하는 일에 앞장섰다"고 비판했다.

또 "이광수는 각종 친일단체의 주요 간부에만 머물지 않고 자신의 재주인 글로써 천황제와 황국신민화 찬양, 일제의 침략전쟁 정당화와 전시동원 독려, 문학을 통한 보국 등을 적극적으로 선전한 인물"이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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