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은 절, 결혼은 성당…"2030 잡아라" '사랑'에 빠진 종교계

오진영 기자
2026.05.09 08:00

[이주의 FLOW]

[편집자주] 문화·예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문화·예술 관람률은 10명 중 6명인 60.2%. 하지만 넘쳐나는 공연과 전시, 정책에는 자칫 압도돼 흥미를 잃기 십상입니다. 예술에서 '플로우'(Flow)는 몰입을 뜻합니다. 머니투데이가 당신의 문화·예술·스포츠 'FLOW'를 위해 이번 주의 이슈를 쉽게 전달해 드립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배우 아이유가 성당에서 결혼하는 장면. 칠곡군 가실성당에서 촬영됐다. / 사진제공 = 아이유 인스타그램

"아내는 교인이 아니지만 성당의 분위기가 아름답고, 신부님과의 면담도 맘에 든다며 흔쾌히 성당 결혼에 동의했습니다."

오는 7월 결혼식을 올리는 민모씨(33)는 서울의 한 성당을 예식 장소로 결정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과 매주 주말마다 찾던 성당에서 결혼할 수 있겠다는 뜻을 밝히자 예비 신부도 동의하면서 장소가 정해졌다. 민씨는 교인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도 성당 예식 인기가 오르고 있어 지난해부터 기회를 노린 끝에 간신히 예약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교인 감소에 시달리는 종교계가 '사랑·연애' 프로그램을 강화한다. 2030세대의 이탈이 심화하자 젊은층의 선호도가 높은 콘텐츠로 줄어드는 교인 수를 회복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실질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진다.

8일 종교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요 성당에서 혼례를 올리려는 수요가 많이 늘어났다. 매주 금, 토, 일 혼배성사(결혼 의식)을 치르는 서울대교구 명동대성당은 5~6월 예약이 대부분 들어찼으며, 약현성당·방배성당·가회성당 등 '혼인 명소'로 이름을 알린 성당은 예약 접수조차 어려울 정도다. 선착순으로 혼례 예약을 받는 일부 성당은 '오픈런'까지 벌여야 접수가 가능하다.

/그래픽 = 윤선정 디자인기자

천주교계는 냉담자(적극적이지 않은 신자)나 비교인에게도 폭넓게 혼례식 문을 열면 관심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수도권의 한 성당 관계자는 "지난해 인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아이유씨의 결혼식 장소로 알려진 성당도 방문객이 2~3배 이상 늘어났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성당을 찾게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교계는 사랑 찾기에 가장 적극적인 종교다.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에 따르면 오는 9일부터 대구 동화사에서 열리는 '나는 절로'의 경쟁률은 남자 71.25대 1, 여자 62.25대 1이다. 미혼 남녀들을 모아 결혼까지 지원한다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에서 착안한 프로그램으로, 입소문을 타며 경쟁률이 치솟았다. 2023년부터 올해 초까지 결혼한 커플만 69쌍이다.

2024년 '나는 절로, 낙산사'에서 최종 커플이 된 견우 8호와 직녀 2호. / 사진제공 =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

방문객의 80%가 MZ세대로 채워진 국제불교박람회도 '연애 부적', '궁합 상담' 등 사랑과 관련된 콘텐츠를 대거 늘리고 있다. 조계종 관계자는 "대중과 함께 하는 불교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종교계가 젊은층의 선호도가 높은 '연애·결혼 문화'에 적극적인 이유는 최근 젊은 교인의 이탈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달 초 한국갤럽이 발표한 '한국인의 종교 1983∼2025' 보고서에 따르면 종교가 없는 우리 국민은 전체의 60%로 과반이 넘는다. 특히 20대(76%), 30대(71%)에서는 종교가 없다는 응답이 교인의 3배가 넘었다.

종교계 내에서는 '너무 세속적이다'는 비판도 있지만 2030세대의 '탈종교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종교 연구단체 관계자는 "2030 교인은 반토막 수준인데 교인·성직자들의 고령화가 심각해지면서 종교계의 위기감이 커졌다"며 "AI(인공지능)의 도입, 대형 박람회 개최 등과 함께 '사랑 찾기'로 관심을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