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부동산 시장과 평균 회귀의 가치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2019.03.26 05:31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시장 가격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시장가격은 장기 이동평균선을 중심으로 오르락과 내리락을 반복한다. 장기 이동평균선은 일종의 내재가치다. 시장가격이 장기 이동평균선을 상향 이탈하면 ‘오버슈팅’이 발생한다. 오버슈팅은 시장가격이 내재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부풀려지는 버블로 볼 수 있다. 반대로 시장가격이 장기 이동평균선을 하향 이탈하면 ‘언더슈팅’이 일어난다. 언더슈팅은 시장가격이 내재가치 이하로 머물러 있는 역(逆)버블이다. 버블이 꺼진다는 것은 시장가격이 장기이동평균선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 평균회귀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버블의 해소는 결국 비정상적으로 높게 형성돼 있는 가격이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반대로 내재가치 보다 낮은 역버블 상태의 시장가격은 점차적으로 제 가치를 찾아 올라갈 것이다.

평균회귀는 과거의 일을 분석하거나 철학적으로 사고할 때 유용한 도구다. 문제는 과거나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 닥칠 미래다.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할 때 평균회귀 법칙을 언제, 어디까지 적용할지 녹록지 않다. 평균회귀 현상이 기계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불규칙적이고 비정형적일 뿐더러 불연속적인 모습들이 뒤섞인다. 도로로 치면 시원하게 쭉 뻗은 경부고속도로가 아니라 꾸불꾸불하고 울퉁불퉁한 비포장 산골길이다. 책상에 앉아 원론적으로, 이론적으로 평균회귀를 말하기는 쉽지만, 한 치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안한 시장에서 판단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부동산가격이 버블논란이 일어날 정도로 많이 올랐다고 하자.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가격이 많이 오르면 많이 떨어진다는 대원칙, 즉 평균회귀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평균회귀 현상이 언제부터 시작될까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평균회귀 현상이 너무 늦게 나타나 곤혹스러울 때도 부지기수다. 단기적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평균회귀 현상이 나타나다가도 다시 오르는 비정형화된 패턴이 나타날 때도 많다.

더욱 곤혹스러운 것은 시장가격이 평균을 향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평균(장기이동 평균선)자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아예 평균 자체가 위로, 혹은 아래로 이동하면서 새로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대공황 직후인 1930년대 초 주가가 종전보다 50%떨어지자 일부 사람들은 “이제는 평균회귀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믿고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주가는 계속 하락해 80%까지 떨어졌고, 1932년에 가서야 바닥에 달했다. 평균 자체가 아예 하향 이동한 것이다. 물론 그 이후 주가는 상승하면서 평균회귀현상이 나타났지만 투자 자금을 다 날린 뒤였다.

일본 땅값 역시 1990년대 고점에서 절반이나 떨어지자 저가 매수세에 나섰던 사람들은 큰 손해를 봤다. 이 모두 기대했던 땅값의 평균회귀 현상은 20년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그 사이 평균은 밑으로 내려갔다. 두 사례는 평균회귀를 기계적으로 받아들일 경우 얼마나 큰 자산손실을 초래하는 가를 보여준다. 세상만사에 평균회귀 현상이 단순하면 얼마나 좋을까.

또 하나. 도박으로 10번씩이나 돈을 탕진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가 “그동안 돈을 많이 잃었으니 이제는 딸 때가 됐다”고 기대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최근 4~5년간 겨울이 춥지 않았는데, “이제는 평균회귀가 나타날 것”이라며 두터운 겨울옷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두 사람 모두 평균회귀를 제대로 이해한 사람보다는 비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처럼 평균회귀 현상을 제멋대로 해석할 경우 상황 판단의 오류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자기 합리화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 평균회귀는 만능법칙은 아닌 셈이다. 도식적인 접근법보다 유연한 태도를 가질 때 평균회귀의 가치는 힘을 발휘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 사진제공=국민은행

요즘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 약세는 일종의 평균회귀 현상이다. 저금리와 기대심리에 부풀려져 있던 가격이 거품이 빠지면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어쨌든 부동산시장에서 평균회귀의 가치를 소중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작은 집을 사든,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든, 적지 않은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에는 영원한 호황은 없고, 영원한 불황도 없다는 지혜다. 부동산은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사이클을 오간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장밋빛 미래의 단꿈에 빠져 있을 때, 혹은 절망과 비탄 속에 젖어 있을 때 한번 이성적으로 되돌아보는 것, 이것이 평균회귀의 참다운 의미이다. 바로19세기 영국의 유전학자 프랜시스 골턴이 완두콩에서 찾아낸 평균회귀의 교훈을 마음에 새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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