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ETF(상장지수펀드) 신탁 판매에서 문제로 지적받은 신탁 수수료 체계가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단기매매에 유리한 후취수수료를 기본으로 적용하는 한편, 보유기간이 길어질 경우 선취와 후취 둘 중 더 낮은 수수료를 수취하는 방식이 검토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18~21일 KB국민·신한·우리은행을 대상으로 ETF 신탁 현장검사를 마치고 이번주 하나·NH농협· SC제일은행을 대상으로 현장검사에 들어간다. 금감원은 내달 테스크포스(TF)에서 은행권 검사 내용을 바탕으로 은행권과 함께 현행 제도의 불합리함이 없는지를 살필 방침이다.
제도개편은 수수료체계에 무게가 실린다. 은행에선 증권사처럼 직접 ETF를 매매할 수 없어 신탁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은행이 ETF 신탁 판매를 통해 받는 수수료는 100BP(1BP=0.01%포인트) 상당으로 증권사의 2배에 이른다.
수수료 수취 방식은 선취, 후취 두 가지다. 선취는 가입할 때 수수료를 떼는 한편, 후취는 보유기간에 따라 비례하며 해지시 일할 납부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단기에 매매를 하면 선취 방식이 불리하다. 문제는 올 상반기 국내 증시가 불장을 보이면서 사고파는 주기가 짧아진 가운데 선취의 비율이 90%에 달한다는 점이다. 특히 보유기간이 짧을수록 선취를 택한 비중이 높았다. 금감원이 2025년 1월부터 2026년 5월까지 판매된 ETF 신탁 상품을 조사한 결과, 10일 이내 보유기간 중 선취수수료를 선택한 비중은 98%에 달했다.
특히 은행들은 목표수익률을 5% 안팎으로 잡아 수수료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한 상품당 잔액 상한을 2000억~5000억원으로 관리한다. 매매 수요를 소화하면서도 상품 잔액을 한도 밑으로 운영하기 위해 목표수익률을 낮게 잡아 잦은 환매를 유도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은행권은 2025년 1월1일~2026년 6월5일 총 3984억원의 수수료를 벌어들였고 이는 고객이 최적의 수수료를 택했다고 가정했을 때(545억원)의 7.2배에 이른다.
이에 금감원은 우선 모든 ETF 신탁 상품에 선취, 후취 방식을 열어두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본인의 운용 계획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단기매매 상품의 경우 후취 옵션을 기본으로 두되 후취방식이 선취 수수료로 설정된 수치를 상한으로 두는 방식도 개선안으로 거론된다. 과거 2021~2022년 당시엔 국내외 증시가 보합장세를 보이면서 보유기간이 길어졌고 이에 따라 후취수수료 방식을 택한 고객들이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민원이 빈번했던 전례가 있다. 증시 추이 따라 선취·후취 방식의 유불리가 극명하게 갈리는 만큼 상황에 따라 둘 중 더 낮은 수수료를 적용해 소비자 부담을 절감하겠다는 취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기관 입장에선 수수료를 깎아주자는 얘기를 하긴 부담스러우니 자체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우선 검토하고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