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신탁 '의결권 15% 제한' 족쇄 풀리나…은행권 신탁 활성화 기대

백지현 기자
2026.09.21 15:19

이강일 의원, '의결권 15% 제한서 유언대용신탁 제외' 개정안 발의
"대주주 지위 위협하는 의결권 제한, 해소시 신탁 제약 줄어들 것"
신탁시 가업상속공제 요건 충족 불확실성…은행권 "세법 개정 동반돼야"

신탁제도 개정 방향/그래픽=이지혜

가업승계 신탁의 발목을 잡아온 의결권 행사 제한이 풀릴 전망이다. 그간 신탁재산은 15%밖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었지만 유언대용신탁에 한해 예외를 두는 법 개정이 여당 중심으로 추진되면서다. 다만 금융권에선 상속 공제 적용과 관련한 신탁재산의 지위가 불투명해 세법 개정도 같이 이뤄져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소·중견기업의 가업승계 지원을 위해 유언대용신탁에 맡긴 주식은 위탁자나 수익자의 지시에 따른 경우 현행 15% 의결권 행사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 2022년 금융위원회에서 내놓은 신탁법 혁신방안에 들어가 있던 내용으로 2024년에도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하기도 했으나 진척이 없었다. 이번엔 여당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입법이 추진되고 있고 최근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신탁재산의 의결권 행사 현황을 제출받아 현황 파악에 나서 국정감사 이후 입법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유언대용신탁이란 가입자가 모아둔 자산을 미리 은행에 수탁해놓고 자금 관리부터 사후 상속까지를 맡기는 상품이다. 상속을 받을 자녀가 아직 미성년자이거나 당장 경영권 상속 어려우면 기업 지분을 신탁에 맡겨 의결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을 정해놓을 수 있다. 최근 중소기업 세대교체 필요성이 커지면서 유언대용신탁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문제는 은행에 소유한 기업 지분을 100% 신탁하더라도 온전히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우회적 지분 취득을 막기 위해 현행 법은 신탁을 통해 취득한 의결권을 15%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상 보통 결의에 필요한 주식 수는 25%(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이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 제약은 승계신탁의 큰 걸림돌로 꼽힌다. 예를 들어 최대주주가 지분 60%, 2대주주가 40%를 보유한 기업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최대주주가 보유지분 60%를 신탁하면 위탁자는 15%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사실상 최대주주 지위가 바뀌는 셈이다.

이 때문에 행사할 수 있는 지분(15%)만큼만 신탁을 하는 등 신탁 활용도가 낮았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영권 승계시 의결권 행사에 제약이 없어져 유언대용신탁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속 관련 분쟁이 많아졌지만 아직까지 가업승계 신탁의 활용도가 낮은 편"이라며 "특히 의결권 행사 제한이 풀리면 비상장사 승계신탁에서 큰 제약이 해소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밖에도 개정안에는 다양한 신탁상품이 나올 수 있도록 신탁재산 범위를 담보권과 채무까지 확대하고 병원ㆍ세무법인ㆍ특허법인 등 전문기관에 신탁업자의 주요 업무를 위탁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일각에선 '반쪽짜리' 개정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같이 나온다. 현재 피상속인이 기업의 지분 40%(상장사 20%)를 보유하고 10년 이상 경영하면 상속시 최대 600억원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신탁에 맡긴 기간도 보유 기간으로 인정할지 여부다. 세법상 일관성을 위해서라도 신탁한 경우에도 위탁자가 소유한 상태로 보는게 맞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위탁자에 납세의무가 있다.

결국 현행법상에 직접적 재산과 연결된 세액공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덜어주는 개정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속 공제 대상이 인정되는 회사들 조차도 기업을 신탁으로 맡기려고 상담이 많이 오지만 공제가 안될까봐 결국 신탁을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불확실한 상태에서 신탁을 했다가 수백억원 절세효과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걱정이 크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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