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8대 금융지주 회장을 만나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올 하반기 은행장 등 70여개 자회사 CEO 선임이 예정된 만큼 지주회사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가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실질적 역할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연합회장을 만나 금융권 현안과 향후 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등 8대 금융지주 회장이 소집됐다.
이 원장은 올해 하반기를 대외적으로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동시에, 내부적으로 은행장 등 70여개 자회사 CEO 선임 절차가 진행되는 '변화의 시기'라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은행지주 산하 상당수 자회사의 CEO 승계 절차가 시작되는 올해 하반기는 그간 우리의 고민과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CEO가 지녀야 할 구체적인 자격 요건과 평가 단계별 최소한의 검증기간 등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절차를 아직까지 마련하지 못한 지주사는 선임 절차를 개시하기 전에 미흡한 사항을 조속히 보완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주회사의 자추위는 CEO 후보 추천 및 선정 과정에서 금융사지배구조법 제17조의 취지에 따라 자회사의 임추위가 실질적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해달라"고 말했다. CEO 상시후보군 등 충분한 정보를 임추위에 제공하고 후보 평가 과정에서 임추위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식 등이 제시됐다.
지방자치단체 금고은행 선정 과정에서도 공정한 경쟁을 당부했다. 자본력이 우위에 있는 은행이 협력사업비 경쟁을 통해 낙찰자로 선정될 경우 불공정한 경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이 원장은 "지자체 금고 운영을 이해타산 관점으로만 접근하기보다는 지역 내 자금 순환과 지방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도 함께 고려해달라"고 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은행들이 협력사업비 지출이 건전성과 수익성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분석했는지도 살펴볼 방침이다.
금융사고를 막기 위한 내부통제 강화도 요구했다. 은행권 금융사고는 2023년 33건에 696억9000만원에서 올해 1~7월 47건에 1708억2000만원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소득·재직증명서 위변조나 담보평가액 부풀리기, 허위 분양계약서를 이용한 외부인 사기를 비롯해 해외 점포 사고도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금감원은 위규행위가 발생하면 평가·보상체계의 적정성과 조직 차원의 유인 여부 등 근본적인 문제까지 점검할 계획이다.
은행권도 CEO 승계와 내부통제 개선에 공감했다. 지주 회장들은 자회사 CEO 선임 절차에 부족하거나 개선할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고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충분한 인력과 자원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내부통제, 소비자보호까지 책임지는 CEO 선임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다"며 "은행지주의 위상에 맞게 지방 균형 발전, 지배구조 개선, 내부통제 강화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