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WM(자산관리) 경쟁이 서울 강남을 넘어 지방으로 확산하고 있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 10명 중 3명이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가운데 은행들이 그동안 서울에 집중했던 자산관리 특화점포를 부산·대구·광주 등 주요 지역으로 빠르게 넓히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내년 상반기 부산과 대구에 초고액자산가 대상 자산관리 특화채널인 'NH로얄챔버'를 추가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서울 서대문 본점에만 운영 중인 로얄챔버를 처음으로 지방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NH로얄챔버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투자자문과 상속·증여 등 세무 컨설팅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종합자산관리 채널이다. 농협은행은 당초 두 번째 로얄챔버 점포로 거론되던 서울 강남지역에는 부산·대구에 이어 네 번째로 점포를 열기로 했다.
농협은행의 강점인 지역 영업망을 활용, 지방 자산가를 먼저 공략하는 방안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은 이미 지역 WM 거점도 확보하고 있다. 전국에서 운영하는 'NH All100 종합자산관리센터' 100곳 가운데 수도권은 39곳, 비수도권은 61곳이다.
하나은행은 고령층과 은퇴고객을 대상으로 한 특화채널을 전국으로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지난 7월 대구에 '하나더넥스트 라운지'를 개설한 데 이어 지난 17일에는 대전에 충청권 첫 라운지를 열었다. 다음달에는 광주에 추가로 문을 열고 12월 부산까지 거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은행들이 지방에 자산관리 거점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지역 고액자산가의 증가가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국내 부자는 47만6000명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30.8%인 약 14만6500명은 비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수도권 부자 비중은 전년 70.4%에서 1년 새 1.2%포인트 낮아진 69.2%로 기록됐다.
우리은행도 올해 들어 지방 특화점포를 잇따라 늘렸다. 지난 7월에는 전북 완주군에 'NPS전북BIZ프라임센터'를 열었다. 전북지역 첨단전략산업 기업을 지원하고 기업 오너와 임직원의 자산관리·상속·퇴직연금 등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앞서 1월에는 대구에 고액자산관리 특화점인 '투 체어스 더블유'를 새로 열었으며 제주에는 외국인 자산가를 겨냥한 '제주글로벌PB영업점'도 신설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신한투자증권과 함께 지방 WM 거점을 늘리고 있다. 원주·제주·울산·청주 등 비수도권에 '신한 프리미어 커뮤니타스 라운지'를 신설해 은행과 증권을 연계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은행들이 지방까지 특화점포를 확대하는 것은 예대마진 중심의 영업에서 벗어나 자산관리부문의 수익 기반을 넓히려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은행 입장에서 지방의 기업 오너와 고액자산가 등은 투자상품뿐 아니라 상속·증여와 가업승계, 세무, 부동산, 신탁 등 다양한 비이자이익을 키울 대상 고객이 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방에도 자산관리 수요가 충분하지만 서울과 같은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채널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며 "은행들이 WM 고객층을 세분화하면서 지역별 특화 거점을 확대하는 움직임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