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해킹 사태' 은행장 연임에 걸림돌 될까

권화순 기자, 박소연 기자, 김도현 기자
2026.10.06 04:10

국감 앞두고 보안 문제 대두
국민·신한·BNK부산 등 주요은행 CEO 줄소환 전망
계좌번호 등 민감정보 유출 제한적… 중징계 가능성↓
연말 일제히 임기 만료… 수장 교체 폭 예상보다 클 듯

AI(인공지능)로 추정되는 해킹공격으로 주요 시중은행에서 개인 신용정보가 유출된 가운데 이번 사태가 차기 행장 선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지주 회장과의 '친소관계'나 '계파'에 따른 행장 선임에 대해 사실상 경고장을 내놓은 만큼 차기 행장 선임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이 더 부각될 수밖에 없어서다. 행장 교체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5대 은행장 임기 현황

5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권 해킹사고가 주요 이슈가 될 전망된다. 당초 단일종목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외에 금융권에 특별한 이슈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지난달말 터진 금융권 해킹사고가 은행권을 비롯해 2금융권까지 확산하면서 국민적인 관심사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정무위에서는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김성주 BNK부산은행장 등 주요 은행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모두 해킹사고가 터진 금융회사 CEO(최고경영자)로 지난 4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 긴급간담회에도 줄줄이 소환됐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서 "반복되는 은행 개인정보 유출, 이번 국정감사에 5대 시중은행장들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원인과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밝혔다.

행장 증인 채택은 오는 17일 금융감독원 국감이나 22일 종합국감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8일 금융위 국감이 열릴 예정이지만 이미 증인 의결시한이 끝났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4일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에서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사고에 대해 "엄중한 인식을 갖고 철저한 조사 및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금융당국도 롯데카드의 해킹사고를 계기로 개인정보 유출사고에 대해 '엄벌'을 강조해왔다.

물론 이번 금융권 해킹사고는 AI를 활용한 침해사고로 이체나 송금, 결제 등을 위해 필요한 계좌정보나 비밀번호가 털린 것은 아니다. 신용정보법상 최대 50억원의 과징금과 함께 기관에 대한 제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롯데카드처럼 대표이사(CEO)에 대한 중징계까지 갈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5대 시중은행장이 일제히 연말 임기가 만료된다는 점에서 해킹사고의 파장이 행장 연임에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보유출 정도나 방법 등으로 볼 때 금융당국의 중징계는 아니더라도 국정감사 시기와 맞물려 해킹사고에 대한 국민적인 우려가 증폭되고 이에 따라 CEO 책임론이 대두될 수 있다"며 "행장 후보를 추천하는 금융지주의 자회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이찬진 금감원장은 최근 금융지주 회장을 소집해 '계파'나 '친소관계'에 따른 자회사 CEO 선임에 대해 사실상 경고장을 보낸 상황이다. 그러면서 은행 이사회(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행장 후보 추천권 확대도 주문했다. 행장 선임 과정의 형식적·절차적 투명성 강화를 주문한 셈이다. 현직 행장을 연임시키든 새로운 행장을 선출하든 회장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인선의 명분과 절차적 정당성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행장 선임요건 중에서 해킹사고가 배제할 수 없는 요소가 될 것이란 진단이다.

은행별 셈법도 복잡하다. 국민은행은 이재근 KB금융 차기 회장 후보가 낙점되면서 세대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양종희 회장의 연임 대신 이 후보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변화의 흐름이 이환주 행장 인사에도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하나은행은 '연임 관행'이 변수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통합 하나은행장을 맡은 이후 지성규·박성호·이승열 전 행장은 모두 연임하지 않았다. NH농협은행의 경우도 행장이 연임한 사례가 단 한 차례도 없어 관행이 이어질지 관심사다. 우리은행은 상대적으로 연임 기대감이 높은 분위기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임종룡 회장의 연임에 이어 정진완 행장까지 연임할 경우 지배구조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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