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한마디에 발 뺀 은행들...전남광주·세종 금고 기존은행만 참여

김도엽 기자
2026.10.11 06:34
이찬진 원장의 발언과 은행들의 시도금고 입찰/그래픽=이지혜

전남광주특별시와 세종시 금고 유치에 관심을 보였던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입찰에서 발을 뺐다. 신한·우리은행 등이 입찰 설명회에 참석하고 다른 시중은행들도 참여를 검토했지만 실제 신청서를 제출한 곳은 기존 금고 운영 은행뿐이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지주 회장들을 만나 지방자치단체 금고 유치 과정의 과도한 경쟁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이후 나타난 변화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세종시와 전남광주특별시가 지난 7일 오후 6시 차기 금고 운영 금융기관 신청을 마감한 결과 기존 1·2금고 운영 은행들만 입찰에 참여했다. 세종시금고에는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이, 전남광주특별시 금고에는 농협은행과 광주은행이 각각 신청서를 제출했다. 두 지역 모두 기존 시금고 은행 외에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당초 두 지자체 금고에 대한 시중은행들의 관심은 적지 않았다. 지난달 16일 열린 세종시금고 입찰 설명회에는 기존 농협·하나은행 외에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추가로 참석했다. 같은 달 21일 열린 전남광주특별시 금고 설명회에도 기존 농협·광주은행에 더해 우리은행이 참여했다. 우리은행은 그간 입찰 참여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은 은행들도 당시 입찰 참여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등은 전남광주특별시 금고의 공고 내용과 평가 기준 등을 살펴보며 참여 여부를 검토했다. 하지만 최종 신청서는 제출하지 않았다.

시중은행들은 최근까지도 지방 금고 유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달 경북도금고 입찰에서는 KB국민은행이 기존 운영 은행인 농협은행과 iM뱅크에 도전장을 냈다. 특히 국민은행의 참여를 두고 지역 거점은행인 iM뱅크 측에서 공개적인 반발이 나오면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간 금고 유치 경쟁이 주목받기도 했다. 다만 국민은행은 농협은행·iM뱅크에 뒤이은 3위에 그쳐 유치에 실패했다.

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들의 적극적인 금고 유치 분위기가 지난달 23일 이찬진 원장의 발언 이후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등을 포함한 8대 은행지주 회장과 간담회를 열고 지자체 금고 입찰 과정의 과당경쟁 문제를 지적했다.

당시 이 원장은 "최근 시금고 입찰 과정에서 은행 간 과당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특히 상대적으로 자본력의 우위가 있는 은행이 협력사업비 경쟁을 통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는 모습은 마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불공정한 경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원장은 "금고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지자체 금고 운영을 이해타산의 관점으로만 접근하기보다 지역 내 자금 순환과 지방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도 함께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도 향후 은행 정기검사에서 지자체 금고의 사업성을 더욱 면밀하게 점검할 방침이다. 은행들이 입찰에 앞서 작성한 수익성 분석보고서 등을 토대로 협력사업비와 예금금리 등을 감안해 역마진이 발생하는지, 자본적정성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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