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00만원 뜯겼는데" 못 돌려받는다?...'신종 피싱' 법 사각지대

이창섭 기자
2026.10.11 06:10

신종 보이스피싱, 환급법상 피해 구제 절차 불가능
금융사도 내부 지침으로 "피해구제 언급 불필요해"
신종 피싱은 67영업일만 거래정지 가능… 특금법 개정으로 보완 추진

신종 보이스피싱 의심계좌 거래 정지/그래픽=윤선정

'노쇼' 등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의 피해자가 사실상 돈을 돌려받을 길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보이스피싱에선 환급 등 피해 구제를 진행할 수 있지만 신종 사기에선 이런 절차가 적용되지 않는다. 신종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사기계좌는 최장 67영업일만 거래정지가 적용돼 그 이후엔 사기범이 돈을 빼갈 우려도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모씨(66)는 지난 8월 '노쇼'(대리구매) 사기를 당해 1090만원을 잃었다. 노쇼 사기는 군부대, 공공기관, 기업 등을 사칭해 물품 대량 구매를 예약한 뒤 특정 업체(공범) 물품을 대신 선결제하게 유도하고 잠적하는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이다. 이씨는 '한국체육대학교'를 사칭한 사기범에 당했다.

신고가 들어오자 NH농협은행 연무지점은 사기 연루 계좌를 정지하는 임시조치를 취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지난 6월30일부터 신종 피싱 연루 계좌의 거래를 중단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면서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씨는 피해 금액을 돌려받을 길이 막막한 상황이다.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사기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인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환급법)상 절차가 신종 피싱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환급법에 따라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구제를 신청하면, 금융감독원은 사기 연루 계좌의 채권소멸 절차를 개시한다. 2개월이 지나면 금감원은 명의인의 예금채권을 소멸시키고, 14일 이내 환급 대상자와 금액을 결정한다. 금융사는 지체 없이 피해자에 이를 지급해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재화나 용역 거래를 가장하는 등 수법은 환급법상 보이스피싱 정의에 해당하지 않아 노쇼 사기 등에는 환급 절차 적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신종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사기범을 잡아낸 뒤 부당이득반환이나 손해배상 등 소송을 제기해 돈을 받아내는 수밖에 없다.

금융사도 이를 알고 있다. 실제로 금융사가 내부 직원 배포용으로 만든 자료에선 '신종 피싱은 피해 구제 비대상이므로 피해자에게 관련 내용은 언급이 불필요하다'고 안내하기까지 한다.

(서울=뉴스1) =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제2차 보이스피싱 근절 협의회에서 대응 관련 향후 과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8.2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신종 피싱에선 사기 연루 계좌를 계속 정지시킬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기존 보이스피싱에선 금감원의 채권소멸 절차가 끝나 피해자 환급이 끝나거나 사기 계좌가 아니라는 확인 등이 이뤄지기 전에는 거래정지가 유지된다.

신종 피싱에선 사기 연루 계좌를 7영업일간 임시로 묶어둔 뒤 30영업일을 거래정지 시킬 수 있다. 이후 한 차례 30영업일을 연장할 수 있다. 최장 67일 동안만 계좌를 정지시킬 수 있는데 이후에는 명시적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이씨 사례에선 NH농협은행이 지난 8월 임시정지를 시작으로 사기 연루 계좌를 묶어뒀는데, 다음 달 중순이 되면 한 차례 연장된 거래정지 기간이 끝난다. 이후 계좌의 거래정지가 풀리면 사기범이 돈을 빼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를 막으려면 신종 피싱의 피해자가 직접 금융사에 거래정지를 계속 유지해달라고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NH농협은행은 해당 사기 연루 계좌의 거래정지를 계속 유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으로 제도를 보완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금융사에 거래정지를 더 유지하라고 강제할 수 없고,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거라 피해자가 금융사와 협의하기 나름"이라며 "신종 피싱 의심 계좌의 거래정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특금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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