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5개 은행에 대해 3700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 2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1조4000억원대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한 것에 비해 1조원 넘게 감경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과징금·과태료 중복 부과된 것에 대해서는 과징금만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날 오후 안건검토소위원회(안건소위)를 열고 5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의 홍콩 ELS 제재와 관련해 3700억원 규모의 과징금 재재를 결정했다. 안건소위의 제재안은 내일(4일) 금융위 정례회의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이는 지난 6월 금감원이 금융위에 보고한 6000억원 규모의 과징금 대비로는 2000억원 넘게 감경된 것이다. 특히 지난 2월 금감원 제재심에서 내린 제재 수위인 1조4000억원 대비로는 1조원 넘게 깎였다.
은행별로 불완전판매 건수가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의 경우 약 1720억원의 과징금 부과 결론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은 380억원,하나은행은 920억원, NH농협은행 500억원, SC제일은행은 약 180억원 규모의 과징금이 각각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건 소위의 결론은 확정안은 아니고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내린다.
안건소위에서 과징금이 금감원 대비 대폭 감경된 이유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이후 금융당국이 약 6개월 간의 비조치 의견서를 발급했기 때문이다. 비조치 의견서 발급 후 6개월 간은 중대한 위반이 아닌 경우라면 금융당국의 제재를 면할 수 있다. 특히 홍콩 ELS의 대규모 손실은 이 기간에 집중된 탓에 금융위의 작량 감경에 따라 은행들이 수천 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감경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날 소위에서는 금융회사에 대한 과징금과 과태료 중복 부과에 대한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ELS 판매 과정에서 설명의무 위반에 따라 과징금과 과태료가 중복 부과된 경우에는 과징금만 부과하는 쪽으로 논의됐다.
다만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닌 적정성과 적합성 위반의 경우는 과태료 부과가 종전대로 유지된다. 은행별로 금감원에서 통보한 과태료는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로 과징금에 비해서는 크지 않다.
이날 안건소위 과징금 결론이 내일 정례회의에서 확정되면 지난 2023년 11월 금감원 검사 후 약 3년여 만에 홍콩 ELS 사태가 일단락되는 것이다. 홍콩 ELS 불완전판매 제재는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이후 이뤄진 첫 대규모 과징금 사건이다.
금소법은 설명의무 위반과 부당권유 등에 대해 징벌적인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특히 홍콩 ELS와 같은 금융투자상품의 경우 금융회사가 얻은 수수료가 아닌 투자원금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해 '조 단위' 제재 논란이 불거졌다.
금융당국의 제재가 확정되면 금융회사들이 행정 소송을 제기할지도 관심사다. 당초 예고된 과징금 수준에 비해서는 대폭 감경됐으나 국민은행의 경우 2000억원 가까운 과징금이 나와 소송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외국계인 SC제일은행의 경우 소송 여부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