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전에도 72시간 버틴다"…육군,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전력망 구축

정한결 기자
2026.09.08 16:21

[the300]

육군이 8일 전남 장성 상무대에서 개최한 육군 마이크로그리드 시범사업 착공식'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MG 퍼즐 퍼포먼스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MG 퍼즐 퍼포먼스 : 육군 MG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과 기관간 협력을 위해 육군, 상무대, 공단, 한화, 한전 5명의 대표가 차례대로 퍼즐을 부착. *사진 중간 좌측 : 하헌철(소장) 육군본부 군수참모부장, 사진 중간 우측 : 유기호 한국에너지공단 이사 /사진제공=육군.

"미군도 현재 이동형 마이크로그리드 자산이 없습니다."

8일 전남 장성 상무대에 설치된 야전용 간이 지휘소. 텐트 내 설치된 모니터 3개의 화면에 불이 들어왔다. 지휘소 밖 이동형 태양광 발전설비·차량형 에너지저장장치(ESS)·디젤발전기 등을 통해 현장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저장·관리한 결과다.

육군이 발전소가 적의 공격으로 사라지거나 당초 전력망이 구축되지 않은 극한의 전투환경에서도 전력을 활용하기 위한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육군은 이날 상무대에서 마이크로그리드 시범사업 착공식을 개최했다. 착공식에는 하헌철 육군본부 군수참모부장과 유기호 한국에너지공단 이사를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전력공사 등 사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이날을 기점으로 상무대에 국내 최초로 하이브리드(고정·이동)형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한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자체 발전원과 ESS 등을 활용해 독립적으로 전력을 공급·저장할 수 있는 소규모 전력망을 의미한다.

평시에는 외부전력망과 연계해 전력을 공급받지만 유사시 외부전력이 차단되면 즉시 독립운전으로 전환한다. 시설별 중요도에 따라 전력을 선택적으로 공급해 핵심 시설을 72시간 이상 운영할 수 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ESS에 저장해뒀다가 필요시 사용하고, 발전량이나 저장 전력이 부족할 때는 디젤발전기를 돌린다. 전력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를 대비해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한다. 육군 군수참모부 관계자는 "미래에는 수소와 초소형 모듈 원자로(MMR)를 연계 사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동형 마이크로그리드의 경우 차량에 태양광·디젤발전기와 ESS를 설치한 형태다. 험지 기동이 가능하고 100분 이내 신속하게 전력망을 전개할 수 있다. 주둔지에서는 고정형 설비를 이용하고, 작전지역에서는 이동형 설비를 활용해 전력망을 재구성한다.

현대전에서 전력은 핵심 기반으로 떠올랐다. AI(인공지능)·드론 등 비대칭전력의 활용으로 전장 내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다. 에너지 시설은 이제 공격 표적이다. 오동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에너지솔루션 사업센터장은 "우크라이나의 트리필스카 화력발전소는 총 70번의 공격을 받아 90%가 소멸됐다"며 "미래의 전장에선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마이크로그리드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미국은 전력이 끊기지 않는 회복력을 강조하고, 유럽의 경우 이동성을 강조하는데 한국은 양측 모두를 고려한다는 구상이다. 하헌철 육군 군수참모부장은 "우리 방향이 미국과 거의 일치한다"면서도 "한국은 야전 작전도 많기에 (이동형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육군은 이번 사업을 통해 평시에는 에너지자립율·전기요금 절감 등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높이고, 전시에는 외부 전력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지속적인 임무 수행을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육군 군수참모부 관계자는 "단전 등 위기상황에서도 끊김없이 전력을 제공하는 차세대 에너지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며 "육군 마이크로그리드 표준모델 '아미-그리드(ARMY-GRID)'를 정립하고, 향후 다양한 부대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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