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철근 누락' 벌점, 소송에 무력화…부실 감리업체 1500억 수주

김효정 기자
2026.09.21 11:21

[the300]
부실 감리 6개 업체, 화성 동탄·남양주 진접 등 주요 사업 수주
철근 누락 벌점, 소제기로 집행정지 후 LH 입찰수주에 참여해
조달청 '벌점 부과 사업 실적 제외' 시행에도 오히려 12건 낙찰
문진석 "국민 신뢰 높이기 위해 최소한의 제재 수단 마련해야"

LH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 파주시 운정동 아파트 LH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무량판 공법 아파트에 대해 전수조사가 들어간 가운데 1일 경기 남양주시 별내동 준공이 끝난 A 아파트 단지 내에 천장이 붕괴되지 않도록 잭서포트(하중분산 지지대)가 설치되어 있다. 국토부는 지난 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사가 발주한 지하주차장 무량판 구조 아파트 중 기둥 보강철근이 누락된 파주운정 A34, 남양주별내 A25, 양산사송 A2 등 분양·임대 단지를 포함한 15개 단지명을 공개했다. /사진=임한별(머니S)

2023년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 당시 원인을 제공한 부실 감리업체들이 벌점을 받은 후에도 2년여간 1500억원이 넘는 공공 건설사업관리용역을 수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들이 소송을 걸어 벌점 부과 효력을 정지시킨 후 입찰에 참여한 결과다. 부실 감리업체에 대한 제재가 장기 소송으로 사실상 무력화되는 제도적 공백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정부의 무량판 구조 아파트 전수 조사에서 철근 누락 책임이 지적된 14개 감리업체 중 6곳이 벌점 부과 후에도 건설사업관리용역을 따냈다. 2024년 4월부터 최근까지 이들이 수주한 사업 규모는 1521억8660만원에 달한다.

앞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철근 누락 사태 조사 과정에서 아파트 설계·감리를 LH출신 전관업체가 맡은 사실이 드러나자 2024년 4월 LH가 짓는 공공주택의 설계 및 시공, 감리 업체 입찰 업무를 조달청에 넘겼다. 아울러 철근 누락 등 안전 항목 위반 시 LH 수주를 제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들은 철근 누락으로 벌점을 받고도 버젓이 LH 공사 입찰에 참여해 사업을 따냈다. 업체들이 가처분 신청 및 본안소송을 제기하면서 제재의 효력이 멈춘 탓이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본안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벌점에 따른 입찰상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된 것이다.

해당 6개 업체는 이를 이용해 2년 넘게 소송을 진행하며 수도권 주요 공공단지 사업을 수주하고 있다. 실제 충북 음성군의 아파트 감리업무를 수행한 A업체는 정부 조사 결과 무량판 기둥 123곳 가운데 101곳의 철근 누락을 걸러내지 못해 벌점 부과 대상이 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화성 동탄2신도시 C-14블록 등 8개 사업에서 총 413억2700만원의 용역을 수주했다. 같은 지구에서 감리 업무를 맡았던 B업체 역시 남양주진접2 A-1블록 등 8개 사업에서 총 314억8800만원 규모의 건설사업관리용역을 따냈다.

6개 업체가 공동수급체의 대표사 자격으로 낙찰받은 사업도 총 22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파트 철근 누락을 발견하지 못해 제재 대상이 된 업체들이 이후에도 공공 건설현장의 안전과 품질을 관리하는 대표 감리사 역할을 맡은 셈이다.

조달청은 보완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주요 벌점이 부과된 사업의 실적을 '유사용역 수행실적' 평가에서 제외하도록 입찰제도를 개편했다. 부실시공이나 부실 감리로 벌점을 받은 업체가 해당 사업을 다시 입찰 실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다.

그러나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벌점 처분의 효력이 멈추면서 해당 업체들은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제도 개편 이후 현재까지 이들 업체에 실적 제외 조치가 적용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오히려 6개 업체는 새 제도가 시행된 이후에도 12건의 용역을 추가로 수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 의원은 "사법체계에 대한 존중과 별도로 건설공사 관리를 허술하게 한 업체가 여전히 건설관리사업을 대규모로 낙찰받는 것을 방치한다면 공사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최소한의 제재를 위해서라도 입찰보증금 납부 면제 등 조달청이 시행하는 제도의 혜택을 이들 업체가 받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장기적으로 실질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