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막판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오는 22일 국회에 협상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당초 17일 예정됐던 보고가 한 차례 미뤄진 만큼 실제 보고가 이뤄질 경우 한미 간 세부 협상이 상당 부분 진전됐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오는 22일 정부로부터 대미투자 협상 내용을 비공개로 보고받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산중위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the300(더300)에 "22일 보고 여부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 보고 일정은 한미 협상 진척 상황과 맞물려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당초 17일 국회 보고를 추진했지만 양국 간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산업통상부는 당시 "미국과 긴밀히 협의 중이며 접점 모색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밝혔다.
막판 쟁점은 투자금 회수와 수익 배분, 손실 위험을 어떻게 나눌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거의 합의가 됐다고 하는데 제가 내용을 보니까 동의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들이 좀 있어서 다시 또 얘기를 하는 중"이라며 투자금 회수와 수익 배분, 손실 발생 사업 처리 등을 주요 협상 과제로 꼽았다.
정부는 한미 합의와 국내법에 담긴 '상업적 합리성'을 지키는 데 협상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미전략투자특별법 시행령은 개별 사업의 예상 존속기간 동안 한국에 분배되는 총예상 수입이 투자 원리금을 모두 충당할 수 있는 경우를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한미 양해각서(MOU)에도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사업만 미국 대통령에게 추천한다는 원칙이 담겼다.
첫 사업으로는 223억달러 규모의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대규모 발전사업으로 약 6.3~6.4GW(기가와트) 규모다. 핵심은 데이터센터 운영기업 등과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한국 기업의 참여 범위도 쟁점이다. 설계·조달·시공과 기자재 공급 과정에서 국내 기업의 참여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보장할지가 관건이다. 한미 MOU에는 한국 기업의 사업 참여를 뒷받침하는 장치가 담겼지만 실제 수주 물량까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후속 사업으로는 미국 내 대형 원전 최대 8기 건설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등이 논의되고 있다. 원전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과 한국 APR1400 적용 범위, 웨스팅하우스 지분 투자와 국내 기업 참여 수준 등이 협상 대상으로 거론된다. 알래스카 LNG 역시 막대한 건설비와 장기 수요, 가격 경쟁력 등을 따져 상업적 합리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첫 투자금 송금 시점과 규모도 막판 변수 중 하나다. 한국이 약속한 3500억달러 가운데 전략투자는 2000억달러, 조선협력투자는 1500억달러이며 전략투자의 연간 한도는 200억달러다. 한미 MOU는 미국의 투자처 선정 통지를 받은 뒤 최소 45영업일이 지나 투자금을 납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는 미국이 개별 사업 확정 전에 선(先)납입을 요구했는지와 요구 조건, 수익성과 회수 가능성이 충분히 보장됐는지 등을 보고 과정에서 집중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첫 송금 규모와 시기, 투자 대상 사업 모두 아직 한미 간 협의 중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