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최근 대통령 국정 지지율 하락과 장관 후보자들의 잇단 낙마 등과 관련해 청와대 최고 참모로서 책임을 지겠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인사 문제를 둘러싸고 청와대 내부에서 책임 공방이 불거질 조짐을 보이자 불필요한 논란의 불씨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지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강 실장이 이날 오전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시작을 한 시간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 브리핑이 출입기자단에 공지되는 등 급작스러운 발표였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참석과 한·멕시코 정상회담 등을 위해 출국할 예정이었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앞둔 시점에 비서실장이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셈이다.
강 실장의 결단은 이 대통령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국정 난맥과 민심 이반을 자신의 부족함으로 돌리며 고개를 숙인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국정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에 대해 자신의 부족함 탓이라고 말씀하신 상황"이라며 "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부터 종합적인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정치권 안팎에선 청와대 수석급 이상 고위 참모진의 일괄 사표 제출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사실상 대국민 반성문을 쓴 셈인데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고위 참모진이 자리를 보전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여당 내에서도 이어졌다"며 "강 실장도 당내 여론을 두루 감안해 결단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 최근 장관 후보자들의 잇단 낙마도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 실장의 결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장관급 인사는 청와대 인사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 정무수석실 등이 각각 후보자 추천과 검증, 정무적 검토 등을 맡는다. 이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인사 시스템의 미흡함을 인지하고 재점검을 주문한 바 있다.
2기 내각 장관 후보자의 잇단 낙마가 청와대 내부의 인사 책임 공방으로 번지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최근 일부 언론은 특정 세력이 청와대 인사 작업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계기로 가까스로 수습되는 듯했던 여권 내부의 갈등이 또 다른 양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상황이었다.
강 실장이 청와대의 쇄신과 2기 참모진 구성이 필요한 시점에 사의를 표명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두는 분석도 나왔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최근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퇴를 계기로 청와대 1기 참모진도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있었다"며 "강 실장이 물러남으로써 분위기 쇄신을 유도하려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