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UN·국제연합)총회 참석을 위한 출국 직전 전격 사의를 표명한 것은 집권 2년차 국정 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2기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민심 이반과 관련해 "모두 저의 부족함"이라며 고개를 숙이고 2기 내각 개편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청와대 역시 인적 개편이 이어져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강 실장의 사의 표명은 표면적으로는 잇단 2기 내각 장관 후보자 인사 논란과 국정 지지율 하락을 둘러싼 책임론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이 대통령이 국정 난맥상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 만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이 대통령을 보좌해온 비서실장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각에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국민들께 송구하다"며 "많은 시간을 숙고하고 성찰한 결과는 '언제나 국민은 옳다'이다.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강 실장의 사의는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국정 전반을 조율하는 핵심 참모로서 자신의 거취로 책임을 지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국정 2인자로 불리는 비서실장의 사퇴는 인적 쇄신을 앞둔 이 대통령의 선택지를 넓혀주는 효과도 크다. 여권 관계자는 "역대 정권에서 비서실장의 사의는 통상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면서 국정 동력 회복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선택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청와대 1기의 역할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인식도 주된 사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청와대 내에선 출범 초기 저성장 극복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면 집권 2년차에는 그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정책의 무게중심을 조정해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이재명 정부 경제정책 전반을 기획·조율하는 '경제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던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정책 혼선의 책임을 지고 지난 1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런 맥락에서 강 실장이 이 대통령의 회견 이전부터 이미 사퇴 입장을 정리한 것 같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대통령의 이번 회견은 숱한 정치적 논란을 낳은 연임 개헌과 공소 취소 문제를 비롯해 인사 논란 등을 끝내는 분기점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강 실장 역시 자신의 역할이 여기까지라는 판단을 내리고 인적 쇄신을 위한 이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강 실장의 사의는 집권 2년차 국정 기조의 전환과 국정 쇄신을 위한 동력 확보라는 두 과제가 겹친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 대통령이 강 실장 사의를 수용할지 여부와 후속 쇄신의 폭을 어디까지 넓힐지에 따라 청와대 2기 체제의 윤곽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