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UN·국제연합)총회 참석차 미국으로 출국한 이재명 대통령이 "움직이는 차량의 방향을 바꾸려면 먼저 차량을 멈춰 세워야 한다"며 "중단, 감축, 폐기로 이어지는 단계적 접근이 북한 핵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공개된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단계적이고 실용적인 해결책을 추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발전한 수준을 고려하면 완전한 비핵화를 한 번에 달성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현실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북한의 핵 능력이 계속 발전해 위협이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단계적 접근법이 완전한 비핵화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 북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체계 마련을 위한 포괄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에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평화로 나아가는 것이 안전하고 번영된 미래를 위한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길"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2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 '중단'부터 시작해 '축소'의 과정을 거쳐 '폐기'에 도달하는 실용적, 단계적 해법에 국제사회가 지혜를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E(교류·Exchange)·N(관계 정상화·Normalization)·D(비핵화·Denuclearization) 이니셔티브'로 한반도 냉전 종식 및 세계 평화·번영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군사훈련 축소 조치에 대해선 "미국이 북한에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의도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한미 양국 모두 "전제 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에 나설 의지가 있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필요한 것은 정상 차원의 정치적 결단"이라며 "두 정상은 신뢰를 쌓고 직접 만나 공통의 기반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사전 협의 없이 군사 훈련 축소 등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발표한 데 대해 "다소 예상 밖이었다"고 밝히면서도 궁극적 목표인 한반도 대립 완화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그녀의 위상이 높아지는 점"을 주목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현 단계에서 단정적인 견해를 밝히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유엔 개혁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유엔을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 체제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기존의 다자주의 체제가 기후위기와 인공지능(AI) 혁명이 가져오는 예상치 못한 결과와 같은 공동의 문제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엔 조직 내 중복 업무와 비효율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하며 현장에서 활동하는 관계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해 위기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