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조업 AI 암묵지' 집행예산 60%가 인건비…"실제 성과 보여야"

정경훈 기자
2026.09.27 06:00

[the300]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제조업암묵지 기반 AI 모델 개발·실증사업'에 집행된 연구비 가운데 60% 이상이 '인건비'로 사용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치권에선 높은 인건비 비중에 걸맞게 사업 성과를 도출하고 있는지 상세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야당 간사인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경북 구미시갑)이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산기평)에서 확보한 '제조업암묵지 기반 AI 모델 개발 과제별 연구비 집행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제출된 집행내역 713건의 총 집행액은 64억2000만원이다. 제조업 암묵지 AI 사업은 이재명정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480억원의 국비가 투입된 사업이다.

이 가운데 '일반 인건비'로 집행된 금액이 약 35억8000만원으로, 전체 집행액의 55.9%에 달했다. 대학 등에서 집행되는 '학생인건비' 2억8000만원까지 포함하면 인건비 성격의 집행액은 38억7000만원으로 전체의 60.2% 수준이다.

이를테면 'API(원료의약품) 제조 현장 AI 암묵지' 프로젝트에서는 총 4개 업체에 인건비 3억8176만원(21건)이 지급됐다. 연구시설·장비비는 1억1291만원(6건), 연구활동비는 305만원(13건)으로 나타났다. 연구활동비는 회의비(식대), 국내출장비, 사무용품 구입비 등으로 쓰였다.

'금형 육성용접 AI과제'에서는 4개 업체에 대해 2억1553만원(14건)의 인건비가 지급됐다. 연구시설·장비비는 0건이다. 연구활동비는 286만원(20건)으로 지출됐다. '반도체 테스트 품질향상 AI 과제'와 관련해서는 1개 업체에 인건비 1억4173만원(8건)이 지출됐고, 연구시설·장비비, 연구활동비는 0원 집행됐다.

구자근 의원실은 "일부 과제에서는 AI에 활용되는 장비, 소프트웨어 등이 구입됐다"면서도 "현재까지의 전체 집행구조를 놓고 보면 인건비 비중이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국회 산자위 국민의힘 간사인 구자근 의원이 2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7.27. myjs@newsis.com /사진=최진석

이어 "API 사업에서는 참여연구원 인건비가 수백만~수천만원 단위로 반복 집행되고 있다"며 "금형 육성용접 AI 과제에서 역시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기업 참여연구원에 대한 인건비 지출이 연속적으로 확인된다. 일부 인원들은 월 1000만원 이상 인건비를 지급받았고, 가장 높게 지급된 금액은 1636만원"이라고 했다.

사업 설계 자체에도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산기평 제출 자료를 보면, 올해 사업은 10개 업종(자동차·기계·바이오·화학·섬유·뿌리·전자·조선·철강·방산), 총 30개 과제로 구성됐다. 그런데 각 정부 지원금은 1개 과제당 16억원씩 동일하게 배분됐다.

산기평은 올해 사업을 자유 공모 방식으로 추진하면서 "과제별 예산은 동일하게 산정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제조업종과 공장별로 암묵지 발생 특성, 필요 장비, 현장 적용 범위가 서로 달라 모든 과제에 동일한 규모의 예산을 적용할 경우 수행에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스스로도 일률적 예산 배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한 셈이다.

구자근 의원은 "제조현장의 숙련기술과 경험을 데이터화하고 AI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상당한 규모의 예산이 참여연구원 인건비로 집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 "국민 세금이 투입된 만큼 어떤 데이터가 구축됐고, 어떤 AI 모델이 개발됐으며, 실제 제조현장에서 생산성·품질 향상으로 이어졌는지를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며 "실제 성과를 꼼꼼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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