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미투자' 직접 발표…핵잠·원자력 韓美 안보협상 속도낸다

조성준 기자
2026.10.01 16:36

[the300]
트럼프, 구체적 투자 내역도 공개…정부 "확정 전 추가 협의"
대미투자 진전 지렛대로 조인트팩트시트 안보사항 이행속도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투자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현지 언론은 트럼프가 내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알래스카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에 뒤지는 것을 만회하기 위해 이같이 발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6.10.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투자 사업을 공개하면서 양국간 투자 협상이 본격적인 이행 국면에 들어섰다. 정부는 다만 미국이 공개한 투자 사업 중 일부만 확정된 상태로 나머지는 후속 협상과 세부 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대미투자 이행을 계기로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원자력 협력 등 안보 분야에서 한국이 요구해온 사안에 대한 협상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국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 등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이 최대 20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할 것이라며 텍사스 가스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 8기,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투자 사업으로 제시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원전 8기 건설에 1200억 달러, 텍사스 가스발전소에 22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되고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도 500억 달러가 넘게 투자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규모까지 공개했다.

다만 미국 측 발표와 우리 정부의 설명에는 차이가 있다. 정부는 텍사스주 엔시날에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223억 달러 규모 사업만 1호 투자처로 확정했다. 알래스카 LNG와 미국 내 원전 건설 사업은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법상 절차 등을 따져 추가 협의한다는 입장이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대해 "미국 측에서 강조하고자 하기 위한 입장으로 이해한다"며 "투자 여부나 규모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 없고 상업적 합리성과 관련 국내법 절차를 전제로 협의하고 검토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지난달 유엔총회를 계기로 이뤄진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미투자 발표 내용에 합의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내놨다.

정부는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대미투자가 본격적인 이행 단계로 접어든 만큼 그간 지연됐던 안보 협의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투자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이행 계획에 들어갈 것"이라며 "한미 정상도 조인트 팩트시트(JFS·공동설명자료)의 투자 진전을 계기로 안보 현안 등을 속도감 있게 이어가자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미 간에는 핵추진잠수함(SSN) 도입을 비롯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굵직한 안보 현안이 쌓여 있다. 정부는 그간 대미투자 등 통상 현안의 지연과 쿠팡 규제 이슈 등이 안보 분야 협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해왔다.

관건은 대미투자 진전이 안보 협상의 동력으로 작용할지의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적 성과를 중시하는 만큼 한국의 투자 이행을 지렛대로 미국 측에도 JFS에 담긴 안보 합의를 조속히 이행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우리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를 다룰 수 있는 1차적인 방법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숫자로 보여줄 수 있는 투자, 또 정치적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가시적 요소를 활용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이 미국이 요구해온 투자 문제에서 성과를 낸 만큼 향후 한미 협의에서는 핵잠수함과 원자력 협력 등 한국의 요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와 안보를 연계해온 협상 방식을 반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 대통령이 원하던 의제를 우리가 실현해 줬으니 우리 대통령이 원하는 내용을 이행하라고 요구해야 할 때"라며 "경제·안보를 패키징해 주고받아야 한다. 우리도 이제는 얻을 것을 얻어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뉴욕=뉴스1) 허경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롯데뉴욕팰리스에서 유엔(UN) 총회를 계기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9.2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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