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여성 국회의원은 이름이나 직함 대신 '성별'로 호명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을 향한 온라인 댓글 12건 가운데 1건은 '저 여자' 등 성별 표현을 담고 있었다. 같은 직업의 남성 의원은 81건 중 1건 수준에 그쳤다. 공적 직무를 수행하는 기자를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욕설은 아니었지만 이후 이어지는 '젠더 공격'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표현이었다.
5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한국여성의정(상임대표 박영선)은 ㈜옥소폴리틱스에 의뢰해 지난 5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총 4만4656건의 유튜브 정치 콘텐츠 댓글을 취합했다. 이 가운데 남녀 국회의원 8쌍(16명)에 대한 댓글 1만3507건을 별도로 분석했다.
남녀 의원 8쌍의 성별 호명 비율을 비교(쌍별 중앙값 기준)한 결과 여성 의원을 성별로 호명한 댓글 비율은 전체의 8.48%, 남성 의원은 1.23%로 집계됐다. 정당·선수·노출 맥락 등이 비슷한 남녀 의원 8쌍을 비교했을 때 여성 의원의 성별 호명 비율이 남성보다 6.9배 높다는 얘기다. 특히 8명의 여성 의원 가운데 성별 호명을 가장 많이 당한 경우 댓글 10건 중 1건인 10.99%가 성별과 연관됐다. 가장 낮은 경우도 5.36%로, 남성 의원 중 가장 높은 1.86%보다 약 2.9배 높았다.
인신공격에 젠더 표현이 포함된 댓글은 여성 의원이 남성 의원의 5.3배였다. 외모·신체, 성적 함의, 성역할 등 이른바 '젠더 프레이밍'을 한 경우도 여성 의원이 남성 의원의 4.2배였다. 문제의 댓글에 쓰인 표현은 주로 '이 여자' '여 의원' '아줌마' 등이었다. 방송에 출연한 남성 의원은 이름으로 부르면서 여성 의원만 '저 여자'로 가리키는 댓글도 포착됐다.
반면 '이 남자' '저 남자'라는 표현은 단 한 건도 집계되지 않았다. 여성 의원을 '이·저·그+여자·년·녀'로 지칭한 댓글은 140건이었지만 남성 의원을 '이·저·그+남자'라고 한 댓글은 없었다. 여성·남성 의원을 각각 '이·저·그+놈'으로 가리킨 댓글은 11건, 85건이었다.
성별 호명은 이후 의원에 대한 평가와 공격에도 연결됐다. 칭찬이든 비난이든 의원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직업보다 성별이 먼저 부각된 뒤 평가가 이어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를테면 여성 의원에게 달린 '이쁘니까 봐준다' '얼굴 믿고 투표했어요' 등의 댓글은 호의적인 표현처럼 보이지만 정치인의 발언과 정책보다 외모와 성별을 먼저 호명한 경우다. 반면 '집에 가서 애기나 봐라' '여편네' '아낙네' 같은 표현은 "여성은 공적 영역이 아닌 가사·돌봄의 영역에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남성 의원에게도 성역할을 부여하는 표현은 있었다. '남자답게 말해라' '사나이가 그러면 되나'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여성에게 '가사·돌봄의 영역으로 돌아가라'는 의미가 주로 담겼다면, 남성에게는 '강하고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요구하는 방식이었다.
경력·직무 등을 고려해 추린 남녀 기자 8쌍을 대상으로 한 분석도 같은 양상이었다. 여성 기자에게 달린 댓글 가운데 6.24%가 '성별 호명'을 포함한 반면 남성 기자는 1.00%로 약 6.2배 낮았다. 같은 지적을 하면서도 남성 진행자에게는 '기자'라고 부르고, 여성 기자에게는 '여기자'라고 부르는 식이었다.
조사를 수행한 옥소폴리틱스는 "성별로 부르는 것 자체는 욕이 아니다"라면서도 "대상을 일하는 사람을 일이 아니라 성별로 분류하는 첫 단계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고 분석했다.
[조사방법]
이번 조사는 머니투데이와 한국여성의정이 공동으로 (주)옥소폴리틱스에 의뢰해 진행했다. 2026년 5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총 92일 간 유튜브 정치 콘텐츠에 달린 댓글 총 4만4656건을 AI(인공지능) 툴을 활용해 전수분석했다. 남녀 격차 배수는 국회의원과 기자 총 32인을 16쌍으로 묶어 각 쌍별 대조해 계산했다. 사생활 비판, 2차 피해 여지가 있는 댓글 등은 제외했다. 자세한 내용은 조사방법 기사(☞[어떻게 조사했나]4만4656건 댓글 AI 분석…비교는 조건 맞춘 남녀 쌍으로)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