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대사도 '어려운 현안' 토로…문제는 韓 향한 美 '불신'

조성준 기자
2026.10.13 15:15

[the300]
정동영 '구성' 발언, 한미 정보공유 제한 촉발
근본 원인은 李 정부 향한 '친중' 오해

[뉴욕=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서 한미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9.23. bluesoda@newsis.com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구성 핵시설' 발언 이후 제한된 한미 간 대북 정보공유가 수개월째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강경화 주미한국대사도 정보협력 문제를 한미 관계의 어려운 현안으로 꼽는 등 정부 차원에서도 갈등 해결에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정보공유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이재명 정부를 향한 미국의 불신을 지목한다. 한미 경제협력이 진전을 보이는 상황에서도 안보 분야의 불협화음이 이어지는 만큼 정부 고위급의 외교 메시지 관리와 다층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미대사도 인정한 정보협력 갈등…수개월째 정상화 난항

[워싱턴=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 강경화 주미대사가 1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워싱턴공동취재단) 2026.10.13.

강 대사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미 관계의 어려운 현안을 묻는 말에 "정보협력 관련해서 제일 많이 얘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만큼 관련 문제가 해소되지 못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지난 3월 정 장관의 '구성 핵시설' 발언 이후 불거진 한미 정보공유 제한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정부 고위 당국자가 직접 확인한 셈이다. 진영승 합동참모본부 의장도 지난 8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미 간 대북 정보공유가 여전히 제한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9일(현지시간) 정보협력 갈등과 관련해 "한국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양국 동맹의 기준을 준수하길 기대한다"며 "특히 정보 및 방첩 사안과 관련해 그렇다"고 밝혔다. 한국의 정보보호와 방첩 역량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은 지난 6월 말 자국에서 열린 '제5차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일 실무그룹 회의'에서 국정원 요원의 참석을 배제해달라고 요구했고, 국정원 요원은 회의에 불참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미투자 진전에도 안보협력 '불협화음'…美 불신 해소 과제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미투자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2026.09.22. jhope@newsis.com

한미 간 정보협력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경제협력 진전에 따른 안보 현안의 협상 동력 확보에도 불확실성이 남은 상태다.

정부는 지난 1일 223억달러 규모의 미국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대미 전략투자 1호 프로젝트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핵추진잠수함(SSN) 도입과 우라늄 농축우라늄·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한미 조선협력 등 안보 현안에서도 논의가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미국이 정보·방첩 분야에서 한국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면서 안보협력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한국군이 제공하는 특수정보와 중국·북한을 상대로 한 방첩 역량이 약화하고 있다는 우려를 가진 것으로도 알려졌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추진한 국군방첩사령부 해체와 기능 분산·개편에 따른 역량 저하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정보공유 갈등의 이면에 이재명 정부를 '친중 정부'로 바라보는 미국 조야의 시각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경한 대중국 기조 속에서 한국 정부의 대중국 관계 개선 움직임이 미국의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초 한미 간 갈등 현안으로 떠오른 쿠팡 사태도 불신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쿠팡 측은 국정원 요원이 중국으로 유출된 노트북 등의 회수를 직접 지시했다고 주장했고 이 같은 내용은 지난 7월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중간보고서에도 반영됐다.

전문가들은 한미 간 신뢰 회복을 위해 정부의 외교 메시지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국무회의에서 밝힌 "국가 간 관계에서 굴종적, 사대적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발언도 맥락에 따라 동맹국에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에서 나아가 한국을 향한 미국의 불신 문제가 뿌리 깊은 상황"이라며 "한미 간 각급에서의 공개·비공개 접촉을 통해 상호 간 외교·안보 정책의 이해도를 높이면서도, 신중한 외교 메시지 전달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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