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투자습관을 기르자는 새로운 시도로 고객 접점을 넓혔습니다."
신호철 카카오페이증권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출범 7년 차에 두터워진 리테일 고객층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파격적인 마케팅보다 투자문화를 바꿔 서서히 고객을 배양하는 게 우리 전략"이라며 연내 AI(인공지능) 에이전트를 내놔 투자 경험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카카오페이가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한 뒤 2020년 사명을 바꿔 새로 출발한 카카오페이증권은 올 들어 본격적인 성장세로 증권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영업흑자를 낸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영업이익 631억원을 거둬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업계에선 오랜 기다림 끝에 성장세가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카카오페이증권의 상반기 말 예탁자산은 21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79% 늘었고 월간 주식거래 고객은 161만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투자매매업 인가를 받아 사업 확대도 예고했다.
신 대표는 AI가 뒷받침하는 건강한 투자 경험으로 3년 안에 국민 2000만명이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2026년 대한민국은 결혼하면 주식을 받는 나라' 캠페인을 시작했다. 결혼·출산을 시작으로 축하할 순간마다 주식을 선물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이색 포부다.
다음은 신 대표와의 일문일답.
-증권사 사무실인데 IT회사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핀테크 기반으로 출발하면서 신선한 시도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였습니다. 채용도 금융이란 틀을 지키면서도 다른 방식을 찾는 인재를 구하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회사가 속한 증권업계도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새로운 시도에 개방적인 문화를 갖췄다고 봅니다.
-도전적인 문화가 사업성과에 어떤 영향을 줬습니까.
▶우리만의 성장 방정식을 찾았습니다. 일반적으론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유치하지만, 예산 규모로는 기존 증권사에 맞설 수 없었고 그런 방식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우리는 생활 속 투자문턱을 낮추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온라인 결제 후 남은 수백원을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도록 제안한 것도 당시엔 없던 시도입니다. 물론 그 자체가 수익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고객 접점을 빠르게 넓히며 얻은 경험을 '주식 모으기'로 확장했습니다. 고객 유치 대신 '배양(cultivation)'에 집중했습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이라 어렵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데이터 분석으로 고객군에서 나타난 행태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전국을 돌면서 고객 인터뷰를 했는데, 제 예상보다 거래액이 큰 고객을 여러 명 만나기도 했습니다. 평소 증권거래에 관심이 없던 이용자가 카카오페이 간편결제를 통해 우리 서비스로 자연스레 유입돼 점차 거래액을 늘리면서 적극적 투자자로 변모하는 여정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국내외 시장환경이 우호적이었던 영향도 있습니다.
▶회사 영업수익에서 상위 고객군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가 다른 증권사와 크게 다른 것은 아닙니다. 초기엔 이 고객군을 별도로 공략하려고 시도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델엔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대신 저변을 넓혀 자연스럽게 상위 고객을 형성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지향한 차별성은 무엇이었습니까.
▶첫째는 연결과 접근성입니다. 일상 속에서 투자와 만나는 접점이 넓다는 것, 편의점에서 간편결제로 물건을 산 뒤 남은 돈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차별점이라고 봅니다. 둘째는 서비스 완성도인데, 주식 모으기 고객의 월간 재이용률은 90% 수준입니다. 이용 고객 수는 서비스 초기 두 달간 10만~15만명에서 지난 6월 약 120만명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이탈률이 상당히 낮아 보입니다.
▶고객 의견을 적극 반영해 서비스를 이용하기 쉽게 만들었습니다. 주식 모으기에는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자동 매도하는 기능, 설정한 가격조건에 따라 분할매수하는 기능 등을 계속 추가했습니다. 스스로 세운 계획대로 투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장기 투자자를 중점적으로 고려해 설계했습니다. 카카오톡처럼 간편하고 쉬운 사용자경험(UX)이 핵심 키워드였습니다.
-지난 7월 받은 투자매매업 인가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단순 중개를 넘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고자 합니다. 모험자본 확대 흐름과 맞닿은 사안입니다. 그간 카카오그룹은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 나서 두나무(업비트 운영사)·당근마켓 등 성공사례를 배출했지만, 이들을 상장까지 이어갈 연결고리는 갖추지 못했습니다. 카카오페이증권이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진입하고, 초기·중간 단계 이후 피투자 스타트업에 대한 상장 전 브리지(bridge) 구간을 맡는다면 그룹 내 선순환 구조가 강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단번에 대형 딜을 성사시키기보다 적절한 딜 여러 건을 축적하는 것이 우리 전략이고, 기업 규모에 맞는 자문 전략을 마련해주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준비도 그 일환입니다.
-인공지능(AI) 시대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실리콘밸리와 국내 기술기업 지인들에게서 받은 자극이 컸습니다. 'AI 네이티브 회사로 가자'는 방향성이 있습니다. 도입 초기에는 'AI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아니라 증강지능(augmented intelligence)으로 보자'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적대시하지 말고 제대로 투자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이후 구성원들의 활용 열기가 커졌고, 1인당 AI 도구 사용 규모도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사내 해커톤을 열었더니 구성원 3분의 1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각자의 업무에 쓸 에이전트를 만들었지요. 개인적으론 사내문서를 학습한 에이전트로 업무 진도를 확인하는데, 임원과 실무진 사이의 업무맥락 격차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대외 AI 서비스의 방향도 궁금합니다.
▶지난해부터 '어땠지'·'왜지'·'어쩌지'를 순차적으로 선보였습니다. 전일 시장상황과 등락배경을 설명하고, 판단에 참고할 시나리오와 해석을 제공하는 AI 서비스입니다. 다음 단계의 방향성은 '증권사가 아니라 고객 편에 서는 AI 에이전트'입니다. 투자상품을 권하기 전에 제대로 설명하도록 설계하려 합니다. 초기 에이전트는 기술적 분석만 갖췄는데, '고객의 편이 아닌 것 같다'는 판단에서 교육 기능을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투자경험이 길지 않은 고객이 많은 편이라, 충분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회사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공급자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는 게 카카오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연내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장기 목표나 구상은 무엇인가요.
▶종합투자증권사와 리테일 경쟁력 강화 외에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K주식의 글로벌화'입니다. 한국증시에 대한 해외 관심이 커진 흐름을 계기로 익스포저를 넓히는 데 집중하고, 해외 사업자와의 협업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미래를 선물하는 금융문화'입니다. 생일에 카카오톡으로 선물을 보내듯이, 아기가 태어났을 때 주식을 선물하고 친척들이 보태는 식입니다. 돌반지와 함께 주식도 선물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내년 신생아 대상 캠페인이 그 시작이고, 이후 결혼·출산 등 인생의 새 시작마다 주식을 선물하는 문화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물론 주식은 원금손실이 가능한 자산이지만, 장기 투자와 분산 투자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봅니다.
-신혼부부에게 국내주식을 지급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부담이 크지 않습니까.
▶가구당 최대 10만원 규모로 예상한 범위에서 예산을 집행하고 있습니다. 저렴하게 고객을 배양할 방법도 있지만, 캠페인에 화제성을 부여하고 선물문화의 출발점을 만들기 위해 이 정도 규모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트렌드로 만들고 싶어서 이번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IT·핀테크에서 증권업계로 옮겨 대표로 연임하게 됐는데 소회는 어떻습니까.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카카오 초기 철학이 개인적인 신조와 잘 맞아 좋습니다. 다른 증권사 구성원과도 잘 지내고 있어 매우 만족합니다. 서로 경쟁하면서도 공통 의제엔 함께 목소리를 낸다는 측면에서 따뜻한 업계라고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