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레버리지가 변동성 키웠다" 첫 인정…'빚투' 옥죈다

김나경 기자, 방윤영 기자
2026.09.28 16:00

국내 자본시장 통합IR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 개막
금융위 "레버리지로 시장 변동성 증폭, 시장안정조치 강화"
고빈도거래엔 규제 시사, 코스닥 '셀렉트' 신설 재확인
저PBR 기업 베어허그제 도입으로 기업경영 감시↑

28일 오전 서울 소공동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올해 최초로 공동 개최한 개최한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 개막식.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소공동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올해 최초로 공동 개최한 개최한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 개막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원회가 올해 국내 주식시장을 강타한 레버리지 상품에 대해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고 인정하며 '빚투'(빚내서 투자)를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아이자립펀드, 퇴직연금 기금화 등으로 장기투자 저변을 넓히는 한편 베어허그제 도입, 코스닥 '셀렉트(우수기업군)' 신설로 시장의 기업 선별 기능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금융위는 28일 한국거래소와 올해 처음 공동 개최한 자본시장 통합 IR(기업설명회)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Korea Premium Weeks) 2026'에서 이 같은 자본시장 정책 방향을 밝혔다.

특히 금융위는 레버리지의 힘이 아닌 기업 펀더멘털과 투자자의 자기자금으로 성장하는 시장을 만들겠다고 했다. 변제호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지난 6월과 7월에는 반도체 업종으로의 쏠림과 레버리지 확대가 맞물리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이후 급격한 변동을 경험했다"며 "레버리지 투자 상품과 신용융자, 미수 거래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 자본시장국이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에 따른 시장 변동성 증폭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변 국장은 "아픈 경험이었지만 시장 환경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을 한발 앞서 배운 시간이기도 했다"며 "앞으로 시장은 레버리지의 힘이 아니라 기업의 실적과 투자자의 자기자금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시장 안정과 관련해서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과 긴급 시장안정 조치 강화를 추진한다. HFT(고빈도 프로그램 매매) 규제 강화도 시사했다. 변 국장은 "시장 변동성을 확대하는 고빈도 매매에 대해서는 적절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인플루언서의 무분별한 투자 추천과 시장 교란 행위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는 정책 수단을 활용해 주식시장에 '중장기 투자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내년 하반기 우리아이자립펀드와 생산적 금융 ISA(종합자산관리계좌)를 출시하고 퇴직연금 기금화를 추진해 장기 투자 수요 기반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3차례 상법 개정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정부는 공시제도를 더 강화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햇빛은 최고의 소독제"라는 정책 기조 아래 새 규제를 만들기보다 기업의 투명한 공시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규제 회피 행위마다 개별 규제를 새로 만들기보다 공시 강화와 시장 감시로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저PBR 기업에 대한 M&A(인수·합병) 때 이사회 의견 표명을 의무화한다. 변 국장은 "수시 배당제를 도입하고 배당에 관한 주주 의견을 활성화해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만성적 저PBR 기업에 대해서는 상속·증여세 할증과 주식시장에서의 공표 제도, 베어허그제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베어허그제는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하려는 쪽이 시장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해당 기업 이사회가 이 공개매수 제안에 대해 의무적으로 의견을 밝히도록 하는 제도다. 변 국장은 "이사회의 주주 충실 의무와 결합해 이사회가 지배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시장 압력으로 기업 경영을 감시하고, 경영진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적극 나서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시장 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우수 기업을 모은 '셀렉트' 세그먼트를 신설해 기관투자자 자금을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유망한 혁신 기업의 성장은 촉진하고 동전주나 시가총액이 작은 기업은 과감히 퇴출한다는 정책 방향도 재확인했다.

28일 오전 서울 소공동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올해 최초로 공동 개최한 개최한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 개막식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아시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자본시장으로 도약하겠다"며 자본시장 체질 개선에 대한 정부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에서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역량을 집중했고 또 상당한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차례 상법 개정을 통해 주주 가치를 한층 두텁게 보호하고 불공정 거래에 대한 엄정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 시장 신뢰를 회복해왔다"고 말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를 "대한민국 자본시장 전체를 세계에 알리는 국가대표 자본시장 IR"이라며 "정부의 정책과 시장의 변화, 기업의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하나로 모아 대한민국 전체의 투자 매력을 함께 보여주는 통합 IR"이라고 소개했다.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는 이날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3주간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부산 롯데호텔 등에서 열린다.

일본·대만 등 주요 아시아 국가는 이미 통합 자본시장 IR 행사로 글로벌 투자자 대상 홍보를 강화하는 추세다. 정부도 통합 IR 행사를 도입해 한국 자본시장의 정례 소통 채널로 자리매김시킨다는 계획이다.

행사는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공동 주관한다. 증시 유관기관·금융투자업계·언론사 등 42개 기관과 상장기업 55개사가 참여해 국내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슬로건은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자본시장을 향한 관문'이다.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국 자본시장의 핵심 현안을 논의하고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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